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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상화폐 자작극" 최종구 경고의 무게

  • 2018.01.10(수) 14:18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강경 발언 불구 시장 무덤덤
"약발없는 규제" 한계…경고 아닌 실행할때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대해 2가지 측면에서 비판이 있다. 하나는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규제가 4차산업 기술인 블록체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규제라는 비판이다."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날 무렵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에 대해 작심한 듯 말했다. 한 기자가 '거래소 폐쇄 일정과 원정 투자 규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는데 최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말하겠다"며 '준비한 멘트'를 내놨다. 하루전에 일정이 공지된 '긴급 간담회'인 만큼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최 위원장은 2가지 비판에 대해 하나는 부정했고, 다른 하나는 인정했다. 그는 "비이성적인 투기 과열 부작용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훨씬 초월할 만큼 심각하다"며 "가상통화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 규제를 의미하지 않고, 가상통화와 관련없이 블록체인 기술 발달 여지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막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최 위원장은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 이유는 가상통화 규제 체제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상통화가 출연한 지 꽤 오래됐지만 투기광풍은 작년 중반부터 불었고, 몇달만에 제도로서 규제 장치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과 FIU(금융정보분석원)는 가상화폐 거래에 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은행에 대해 고강도 점검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규제를 위해 입법은 불가피한데 입법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며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대안을 검토중이고 은행 점검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 업계에서 "잘못은 가상화폐 거래소나 투자자가 하고, 매는 은행이 맞는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최 위원장의 '준비한 멘트'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가상화폐 취급업소(거래소)의 해킹사고나 거래 중단 그 자체도 문제지만 자작극이 의심될 정도로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며 "위장사고 가능성, 시세조종 등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취급업소에 실제로 가상통화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상세하게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작극 의심에 대한 근거는 대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불신할수록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금융당국을 불신하고 있다.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기사엔 '답도 없는 으름장이 몇번째인지, 겁주기식 발언만 쏟아낸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나중에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라며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나 최흥식 금감원장 "내기" 발언은 강력했지만 
시장은 그 말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믿는 것은 가상화폐다. 일부 가상화폐 가격은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고 있다.

최 위원장이 인정했듯이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약발없는 금융당국의 강경한 말들은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기자가 한국에서 가상화폐 투기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1년만에 시세가 500배가 뛰고, 투자자들이 '가즈아'를 외치는 상황은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세계적으로 투자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골드만삭스도 가상화폐 트레이딩을 준비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진짜 중요한 비판을 한가지 놓쳤다. 가상화폐 투기광풍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제도를 정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미국 뉴욕 금융감독 당국은 2015년 가상화폐 서비스업체가 영업인가를 받도록 했고, 일본은 작년부터 거래소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때 한국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무엇인가' 정의를 두고 쩔쩔맸다. 

규제가 늦었다고 뒤늦게 애먼 곳을 두드려 잡거나 말 폭탄만 던질 때가 아니다.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신속하게 실행하고, 동시에 광범위한 제도정비에 힘 쏟을 때다.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금융당국의 말의 무게가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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