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회사의 '잘못된 영업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또 다른 금융감독의 축인 '금융회사 건전성'에 대한 감독이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은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율규제의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올해 금융회사 중점 검사사항으로 '비합리적인 영업행위'를 꼽고 영업행위 검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금융사의 건전성 검사보다 영업행위 검사 비중을 배 이상 확대, 검사인력도 4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불완전판매, 대출과 연계한 보험가입 유도(일명 '꺾기') 등 불공정·불건전 영업행위가 집중 점검 대상이다.
반면 건전성 검사는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위반해도 해당 금융사나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부통제 위반에 대해서도 징계가 가능했으나 현재 법 체계로는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태"라며 "이는 내부통제기준만 마련해 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법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제재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3월쯤 지배구조법 개정 방안을 논의하면서 함께 검토할 사안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다만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기관이나 경영진 책임을 묻도록 법적인 제재를 가해야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기준은 내규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률 위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내규 운영 준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건전성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법적 규제가 마련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다른 관계자도 "내부통제기준 준수 위반은 내부절차를 지키지 않아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의 합목적성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법적인 규제보다는 소극적인 면에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과거 내규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 규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기 때문에 다시 법제화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마련이 되지 않을 경우 건전성 관리감독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규제공백이 생길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도 올해 금융사들의 잘못된 영업행위를 검사하는데 역량을 집중 투입하면서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상품 판매조직의 영업행위 검사횟수를 736회로 전년(663회) 대비 11% 늘릴 계획이다. 검사인원도 연간 1만46명에서 1만4314명으로 42.5%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영업행위 검사 비중은 지난해 53.4%에서 올해 68.1%로 늘어나며, 건전성 검사는 46.6%에서 31.9%로 축소된다. 이는 영업행위 검사의 절반도 되지 않는 규모로 검사인원도 8769명에서 6720명으로 축소된다.
검사역량이 줄어드는 만큼 금감원은 금융사의 건전성 검사 방향을 '적발'보다 '자율적인 건전경영 확보'로 맞췄다. 최대한 금융사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하고 금감원은 지배구조,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등이 적절히 운영되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데 검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경영진이 건전한 조직문화를 구성하도록 이사회 구성과 운영, CEO 승계프로그램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또 금융사 자체적으로 취약부문을 파악해 개선하는 내부감사협의제도를 활성화하고 자체감사 분야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자율적 리스크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영업행위 검사를 강조하다보면 건전성을 들여다보는데 한계가 있다”며 “다만 영업행위와 건전성이 이어져 있는 부분이 있어 영업행위 점검을 통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며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MOU체결을 통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