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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 버리고 STX조선 살렸다

  • 2018.03.08(목) 16:13

성동조선 법정관리-STX조선 채권단 관리
수은 "성동 2분기 부도…법정관리가 낫다"
산은 "생태계 유지 위해 STX 기회 준다"

 

채권단이 4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성동조선해양이 침몰 위기에 빠졌다. 주요 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도크는 비었고, 유동성은 말라가고 있다"며 "채권단이 더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회생 기회를 다시 얻었다. 작년 9월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등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채권단은 판단했다. 전제조건은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약간의 유동성을 제외하면 성동과 큰 차이없다"며 "자구안이 없으면 법정관리"라고 경고했다.

8일 산은과 수은은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견조선소 처리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삼정회계법인이 지난 2개월간 진행한 산업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채권단이 최종 판단한 것이다. 결론은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STX조선은 채권단 관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두곳 모두 정상화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국내 조선 생태계를 위해 한 곳은 살려뒀다. 이동걸 회장은 "두곳이 동시에 법정관리에 가면 중소 조선소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국내에서 나올 중소 물량을 받을 조선소가 당분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두 은행 모두 "신규 자금 투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4.2조 쏟은 성동조선, 법정관리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고 판단했다. 작년 11월 재무실사 결과 인력을 40% 줄이고, 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독자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초 산업컨설팅을 다시 실시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력선종인 '중대형 팅커' 수주부진이 지속되고, 취약한 원가 경쟁력으로 이익실현은 불가능했다. 블록·개조사업 진출, 인건비 절감 등 대안이 제시됐지만 장기간 손실을 피할 길은 없었다.

은성수 행장은 "현재 성동 유동성으로는 올 2분기 부도가 예상된다"며 "부도보다는 법정관리 가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생가능성이 있었다면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을 가동했을 텐데 가능성이 없다"며 "신규자금 투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은도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09년 1조4000억원대 파생상품 손실을 낸 성동조선은 그 이듬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수은과 국민, 우리, 농협 등 채권단은 신규자금 2조7000억원, 출자전환 1조5000억원 등 총 4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선수금지급보증(RG) 5조4000억원도 제공했다. 8년간의 지원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은성수 행장은 "가슴 아프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만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했고, 앞으로도 어려운 기업 있으면 도망가지 않고 살아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2016년 성동조선을 법정관리에 신청할 기회가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때는 배를 건조하고 있었고, 자체자금으로 회사가 굴러갔다"며 "당시 채권단 내부논의를 통해 희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부터는 건조중인 배가 소진되면서 도크가 비었고, 유동성 말라가면서 채권단이 돈을 주지 않으면 부도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5조 투입 STX, 생태계 위해 '기회'

성동조선과 달리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피한 이유는 안정적인 재무상황 덕분이다. STX조선은 작년 9월 부채비율이 76%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났고, 올 2월 기준 가용자금 1475억원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중형탱커와 소형LNG 등 분야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성주영 산은 부행장은 "11척의 수주잔량이 남아있고, 중형선박 시황도 회복되고 있다"며 "산업적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결정했다" 말했다.

그렇다고 STX조선이 독자 생존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채권단이 쏟아부은 5조원의 출자전환과 이자비용 면제, 상환 유예 등으로 연명하고 있고 상황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에서 호흡기를 떼지 않은 것은 국내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이동걸 회장은 "기회요인과 생존가치를 함께 고려했다"며 "STX조선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약간의 유동성과 여력이 있고, 동시에 두곳이 법정관리에 가면 중소 조선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중형탱커 수주를 받을 조선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고강도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주문하고 있다. 다음달 9일까지 고정비용 감축,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과 LNG, LPG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 등 사업재편 방안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은 "생태계 유지를 위해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노사확약을 전제로 기회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설팅 결과 40%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우리는 더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확약 없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로 처리하겠다. 신규자금 지원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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