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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183일만에 사퇴…창이 부러졌다

  • 2018.03.12(월) 18:26

최흥식 원장, 채용비리 의혹에 사의표명
최초 민간인 출신 금감원장, 최단 임기 오명

 

'금융 검찰'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낙마했다. 12일 금융감독원은 최흥식 원장(사진)이 사의표명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금감원 역사상 첫 민간인 출신 원장으로 취임한지 6개월만이다. 첫 민간인 출신 원장은 최단기간 원장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최 원장을 궁지를 몰아넣은 것은 채용비리 의혹이다. 최근 그는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2013년 대학동기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을 청탁받은 의혹을 받았다. 최 원장은 취임이후 금감원 내부와 은행권 채용비리를 동시에 파헤치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작 자신의 채용비리 의혹은 풀지 못하고 물러났다.

13일 최 원장은 "금감원장 직을 사임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는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하나은행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그러나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최 원장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것은 지난주말이다. '주간조선'은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대학동기의 아들을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최 원장은 이 기사에서 "하나은행 재직 당시 나의 인사 추천은 관행이었을 뿐 채용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지난 10일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하였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자료를 냈다.

하지만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자유한국당은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 5곳에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했다"며 "채찍을 휘두르던 금융당국의 수장이 비리의혹의 장본인이 됐다"고 논평했다. 여당도 등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은  반성하기는커녕 연락이 온 것을 단순히 전달했을 뿐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비판했다.

12일 오전까지만해도 최 원장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임직원들에게 "특별감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 규명에 들어가겠다"며 "조사 결과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이날 오후 최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작년 9월11일 취임한 지 183일만이다. 1999년 설립된 금감원 역사상 최 원장은 최단기 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기존 최단임기 금감원장은 이용근 전 원장과 김용덕 전 원장으로 두명 모두 8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최 원장의 사퇴는 금감원이 '셀프 개혁'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작년 초 변호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여의도 본원이 압수수색 당했고, 그해 9월 감사원 감사결과 신입직원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최 원장은 취임직후 부원장보를 전원 물갈이하는 등 조직쇄신에 나서는 한편 검사범위를 은행권으로 넓혔지만, 자신의 채용비리 의혹에 되려 발목이 잡혔다.

일각에선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창이 부러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초 3연임 과정에서 금감원과 기싸움을 벌였다. 올초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회장 선임 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하나금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 등을 통해 하나금융을 압박했다. 최 원장은 "그 사람들(하나금융)이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감독당국으로서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 사실이 터지면서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되치기 당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 채용비리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금감원장이 옷을 벗으면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상 초유의 금감원장 사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금융당국은 이번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를 앞두고 있고, 김 회장의 연임이 최종 결정되는 하나금융 주총과 이사회는 이달 23일 열린다. 당분간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해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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