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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회계 실전노트]한국GM 원가구조 민감한 이유

  • 2018.03.13(화) 10:06

(16)산은 회장 "원가구조 파악없인 지원없다"
GM 내부거래와 원가영향, 실사에서 밝혀져야

 

전기밥솥을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밥솥제조에는 많은 원가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원재료비, 인건비, 공장설비에서 발생하는 감가상각비, 전력비, 연구개발비, 임차료 같은 것들입니다.

밥솥 제조판매에 들어가는 이러한 비용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류를 할 수 있는데,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눈다고 해 봅시다.

원재료비 같은 경우는 제품의 생산판매 증감에 따라 늘거나 줄어드는 변동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가동에 들어가는 전력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건비나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마케팅비 같은 것들은 제품 생산증감과 무관하기 때문에 고정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많이 만들건 적게 만들건 임직원에 대한 급여는 일정하게 계속 지출해야 하니까요.

다만, 생산이 대폭 늘어 야근과 특근이 증가한다면 인건비도 같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부 인건비는 변동비의 성격을 띠기도 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건비는 거의 고정비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감가상각비도 생산증감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발생합니다.

회사마다 업종마다 고정비와 변동비의 비율은 다 제각각입니다. 아무래도 자동차, 철강, 조선, 항공, 해운업체처럼 감가상각 대상이 되는 대형자산(기계설비, 비행기, 선박 등)이 많은 회사들은 고정비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높겠지요.

 

고정비의 비율이 높은 경우, 매출감소에 따라 회사 수익성에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여기 A,B 두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100억원, 비용은 85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입니다. 그런데 비용구성(변동비, 고정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A사는 고정비 비중이 높고, B사는 변동비 비중이 높다고 해보겠습니다.(사실 A사처럼 변동비보다 고정비 비중이 더 높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만, 고정비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가정해 보았습니다.)

 

 

만약 경기가 어려워져 두 회사 모두 매출이 30% 감소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면 이익은 어떻게 변할까요.

A사의 변동비는 매출 감소율에 연동되어 줄어든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A사 변동비는 30억(1-30%)=21억원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B사의 변동비는 42억원이 될 것입니다.

반면 고정비는 매출과 관계없이 그대로 발생할 겁니다. 따라서 매출 30% 감소의 결과 A사는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냅니다. 그러나 B사는 영업이익이 줄긴 하겠지만, 그래도 3억원의 이익을 기록합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회사는 매출이 증가할 경우 이익이 크게 증가합니다. 물건이 많이 팔리는데 투입되는 비용 중 상당부분은 고정되어 있으니 당연히 이익 증가폭이 큽니다.

반대로, 이런 회사는 매출이 감소하면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물건을 안 팔리는데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많으니까요.

밥솥회사가 밥솥을 100개 제조(고정비 100만원 투입)했다고 해보죠. 밥솥 1개당 배분되는 고정비가 1만원입니다. 그런데 밥솥을 200개 제조한다해도 고정비는 그대로이므로 밥솥 1개당 고정비는 5000원으로  떨어질 겁니다.

변동비는 어떻게 될까요. 밥솥 제조물량이 100개에서 200개로 늘어나면 그만큼 원재료 등을 더 투입해야 하니까 총변동비는 증가하겠지만 밥솥 1개당 변동비는 일정합니다.

따라서 이 밥솥을 200개 제조하여 1개당 제조원가를 낮추면, 판매되는 밥솥물량(매출액)에 대응하는 매출원가도 당연히 떨어집니다. 이익률이 개선되는 거지요. 

그렇다고 해서 팔 자신도 없는데 매출원가를 떨어뜨리겠다고제조물량만 냅다 늘리는(총변동비를 증가시키는) 회사는 설마 없겠죠? 그런 경우에는 악성재고가 증가하고, 재고자산평가손실에 따라 매출원가는 오히려 크게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원가구조에 대해 앞에서 간단한 사례를 든 이유는 한국GM 때문입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최근 KDB산업은행에게 7가지 서면약속을 제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GM은 한국GM에 빌려줬던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전액 출자전환(한국GM 신주로 바꿈)하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신차 2종 생산을 한국GM에 배정하고, 이와 관련한 신규투자 28억 달러(약 3조원) 가운데 GM 몫은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했답니다. 

대주주로서 지분율(83%)만큼 자금을 댈테니 산은도 17%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해 달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규투자 3조원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산은에 5000억원 이상 투입해 달라는 것 같습니다.

아마 3조원 신규자금 마련용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여기에 참여해 달라는 것일 겁니다. 물론 유상증자 참여 외에 금융권 대출이나 한국 정부의 각종 금융 세제지원에 대한 요구도 있을 겁니다.

이 같은 GM측 서면에 대한 산은 입장은 지난 8일 이동걸 회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실사를 통해) 한국GM의 원가구조를 확인한 뒤 자구계획에 따라 회생가능 하다는 판단이 서면 뉴머니(신규자금지원)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날 공개적으로 원가구조 확인을 강조했습니다. 산은 입장에서는 이것이 키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산은이 한국GM 생산차종의 세부원가를 다 뜯어보겠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주요 주주이고 자금지원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해도 회사가 관리하는 원가를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을 겁니다. 

한국GM에 대한 원가구조 확인이란 크게 두가지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한국GM의 실적이 최근 3년 동안 망가지게 된 큰 원인이 원가배분구조와 원가구성구조에도 있지 않은지 살펴보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GM본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한국GM에 과도한 부담을 안기며 이익을 취하지는 않았는지, 글로벌GM 차원에서 공통부담하는 비용들을 한국GM에 부당하게 배분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전면적으로 분석해 보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앞으로 원가구조의 개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원가구조 개선이 가능하다면, 개선된 원가구조에다 여러가지 시나리오(GM의 신차배정 물량과 신규투자, 자동차 업계 전망)를 결합할 경우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시된 GM의 과거 재무제표를 본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한국GM이 GM본사에 송금한 연구개발비 분담액입니다. 

사실 개별실적 기준으로 보면, 2013년 이전까지 한국GM이 영업에서 적자를 낸 해는 2012년 한번 밖에 없습니다. 2012년에는 통상임금소송과 관련하여 6300억원의 충당부채를 반영했고 그 금액만큼을 손익계산서에 매출원가로 반영하는 바람에 영업적자가 났습니다.

2013년부터 한국GM에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GM본사가 글로벌 구조개편 전략에 따라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합니다. 군산공장이 직격탄은 맞았습니다. 군산 물량의 유럽 판로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수출 물량이 대폭 감소했고, 기대를 걸었던 신형 크루즈 판매마저 늪에 빠지자 공장 가동률은 20%선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한국GM이 유럽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였기 때문에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한국GM에게 지분법 손실로 돌아왔습니다.

2014년~2016년(개별실적 기준)까지 3년간 해마다 수천억원의 영업적자(1485억원, 5943억원, 5311억원)와 당기순손실(3533억원, 9868억원, 6314억원)을 낸 주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는 동안에도 한국GM은 본사에 총 1조858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송금해야 했습니다. 독립회사였다면 이렇게까지 연구개발비 지출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동차회사는 설비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고정비인 감가상각비 부담이 큽니다. 여기에 해마다 60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비가 고정비로 더해졌습니다. 근로자들의 높은 급여 수준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회사가 손실을 낼 때도 적지않은 성과급이 지급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어쨌든 고정비 부담은 여전하거나 증가하는 반면 GM으로부터 배정받는 생산물량은 도리어 줄었습니다. 닉 라일리 전 한국GM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GM은 배정받은 물량이 너무 적은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는데요, 상황이 이러니 매출원가율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2009년 90%를 넘어선 뒤 2013년을제외하고는 9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원가율이 75%~80%, 쌍용차가 80%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한국GM은 독특하게 연구개발비를 전액 매출원가에 반영하고 있는데요, 이것 또한 매출원가율은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업은 대개 연구개발에 지출한 자금 가운데 미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자산(개발비)으로 반영한 뒤 여러 해에 나누어 비용처리합니다.

 

가령  현대차의 경우 2016년 연구개발지출 2조3500억 원 가운데 절반 수준인 약 1조1000억은 자산으로 반영하고 나머지만 당기 비용(판매관리비)으로 처리했습니다. 현대차는 자산화 한 개발비는 3년에 나누어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자산화하지 않고 전액 판관비로 처리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한국GM처럼 전액 매출원가로 반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한국GM이 현대기아차처럼 연구개발비 일부를 자산화한 뒤 상각(비용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해도 매출원가율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2~3%포인트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전히 매출원가율은 동종업계 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죠. 

결국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매출원가율 개선을 위해서는 팔릴만한 차종이 새로 라인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동시에 가동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GM 차원에서 전세계 생산법인들에게 연구개발비를 분담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원가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GM이 일반적으로 자동차업계에서 신차 1.4대 개발비용으로 추정하는 연 6000억원대의 비용을 분담하고 있고, 이를 전액 매출원가로 처리하고 있다면 분담액에 걸맞는 물량배정이 있어야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이 과정에서 GM본사가 새로 투입하겠다는 신차 2종이 얼마나 시장에 먹힐 수 있는 차종인지, GM의 미래전략에 부합하는 차종인지 등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매출원가율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전가격’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GM으로부터 한국GM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구매한 반면 GM판매망에 공급하는 차량 수출가격은 싸게 책정됐다는 주장입니다. 

이전가격 구조와 내역은 한국GM에 대한 실사과정에서 미국 본사의 협조없이는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세청이 나선다면 가능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탈세혐의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조만간 한국GM에 대한 실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문들이 실사를 통해 투명하게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 김수헌 글로벌 모니터 대표. 김 대표는 기업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기업공시 완전정복, 이것이 실전 회계다(공저) 등의 책을 썼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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