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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다시보기]민원왕 '보험'…통계는 제각각

  • 2018.03.27(화) 15:50

금감원-손보·생보협회, 민원정의·집계방식 달라
민원통계, 소비자선택·정책수립 주요지표…개선 시급

 

은행, 신용카드사, 보험회사, 금융투자회사 등 금융업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 민원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요.

 

금융감독원이 매년 발표하는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동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가장 많은 소비자 민원이 발생한 곳은 보험회사입니다. 보험회사(손해보험·생명보험)는 금융업계 전체 민원 7만6237건중 4만8573건(63.7%)을 차지해 '민원왕'을 기록했습니다.

 

보험사 민원 내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보험모집 ▲보험금 산정과 지급 ▲보험회사의 책임면제와 부담에 대한 면부책 결정 ▲계약의 성립 및 실효 등이 있습니다. 생명보험은 자살보험금, 도수치료 등 보험금 지급에 대한 논란이 가장 많았습니다. 손해보험은 교통사고 과실비율 산정과 수리비, 렌트카 대차료 관련 보험금 과소지급 등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민원이 많았습니다.

보험회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을 받는 곳은 앞서 말씀드렸던 금감원과 함께 손해보험·생명보험협회가 있습니다. 이밖에 감사원, 국민신문고,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있지만 앞의 두곳보다 민원건수가 현저하게 적습니다. 따라서 국내 보험 소비자 민원의 대부분은 금감원과 각 협회를 통해 들어오는 셈입니다.

 

 

그런데 보험 소비자민원을 접수하는 금감원과 손보·생보협회의 민원건수 통계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민원건수부터 확연히 다릅니다. 예컨대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손보협회를 통해 공시한 자체민원 건수는 2016년 기준 1992건입니다. 반면 같은해 금감원이 접수한 현대해상의 민원건수는 4351건입니다. 2359건이나 차이 납니다. 다른 보험사들도 교보생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체민원 건수보다 금감원이 접수한 민원건수가 더 많습니다.

물론 금감원과 각 협회가 제각각 민원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민원건수가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금감원과 각 협회가 민원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가지고 있고, 집계방식도 다르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먼저 금감원은 민원을 '중복·반복 민원을 제외한 모든 형태'로 보고있습니다. 같은 내용이 여러번 접수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민원 건수로 처리한다는 뜻입니다.

금감원은 내부 기준에 따라 보험모집, 보험금 산정 및 지급, 면부책 결정, 보험질서, 장애 및 상해등급적용, 기타(업무처리 오류, 보험회사 비리고발 등) 등 수십가지 항목으로 민원유형을 나눕니다.

 


보험정책에 대한 단순상담·질의사항도 민원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가령 소비자가 'oo보험사의 계약서에 나와 있는 이 용어는 무엇을 뜻하죠?' 라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해도 건수로 잡힙니다. 단순한 상담·질의도 민원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의 통계는 숫자가 지나치게 부풀려 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가 민원이라고 접수한 내용은 모두 민원건수로 처리한다"며 "다만 단순상담이나 질문은 기각처리하기 때문에 '민원처리건수'에는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손보·생보협회에 공시된 각 회사별 자체민원 숫자는 중복·반복민원은 물론 단순상담·질의사항도 제외한 것입니다. 단순상담이나 질의사항은 민원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앞서 사례로 제시한 보험용어에 대한 질문은 민원건수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금감원보다 민원의 기준이 더 협소한 셈입니다.

 

다만 보험사가 질의내용을 알아서 판단해 단순상담 여부를 분류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민원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접수했지만 보험회사는 단순상담으로 분류해서 민원으로 잡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임의로 민원건수를 잡거나 잡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무엇이 민원인가'라는 정의에서 오는 통계 차이뿐만 아니라 민원접수방식 분류에 따른 차이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민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전화·내방·채팅·인터넷 접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 상담과 민원접수를 합니다. 어떤 경로로 민원을 상담하고 접수했든 모두 민원건수에 포함합니다.

 

반면 손보·생보협회는 서면(방문, 우편, 팩스 등)과 전자매체(홈페이지, 이메일 등)로 접수한 민원만 건수로 잡습니다. 각 회사마다 소비자 상담을 하는 콜센터가 있지만 이를 통해 접수된 민원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금감원과 각 협회 민원건수통계 차이는 ▲민원의 정의 ▲접수방식 분류의 차이 두가지에서 발생합니다. 

 

금감원의 민원통계방식은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민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일 수 있는 반면 각 협회에 공시한 자체민원 건수는 협소하고 자의적이어서 더 적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한쪽은 과다민원, 한쪽은 과소민원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보험회사 민원건수는 소비자가 보험회사를 선택하는 지표가 된다는 점, 소비자 관련 정책수립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통계자료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소비자 민원건수를 보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금감원과 각 협회가 각자의 방식대로 민원건수를 집계하지 않고 통일된 방식으로 집계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단순 민원건수 중심의 통계 외에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도 필요합니다. 각 협회에는 민원발생평가등급공시 페이지가 있는데 각 협회 모두 2014년 이후 평가등급을 공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각 회사별로 보험계약건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민원건수 못지않게 다양한 측면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를 반영한 것이 민원평가등급인데 2014년 이후 정보가 중단된 것이죠.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이와관련 "민원건수도 중요하지만 평가등급 역시 소비자가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하지만 금감원이 2015년 협회에 평가등급공시권한을 넘긴 이후로 회사별 등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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