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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업은행은 왜 끌려다닐까

  • 2018.03.27(화) 14:47

금호타이어 매각, 노조 반발에 제자리
이대현 부행장 "원칙없이 질질 끌려다닌다"
이동걸 회장 "30일 지나면 끝" 선언에 업계 "글쎄"

 

"구조조정이 원칙없이 한달씩 연기해주면서 질질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사진)이 남긴 말이다. 이 간담회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중인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가 만든 자리로, 이 부행장 옆엔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앉아 있었다.

산업은행 '넘버2'가 말했듯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은 노조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6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사에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MOU)'를 요구했다. 약정서를 내놓지 않으면 채권단이 1년간 상환 연장한 차입금 1조3000억원을 갚아야 하고 법정관리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못박은 26일이 되자 데드라인은 하루 더 연장됐다. 그 다음날에도 노사가 약정서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법정관리 신청은 없었다. 오히려 산업은행은 채무상환 유예를 3월말까지 연기해줬다. 구조조정의 원칙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한까지 노사합의서를 내지 못하면 파국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에게 있다"는 산업은행의 보도자료는 '빈말'이었다.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던 산업은행의 계획도 노조의 반발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딜'이 완료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매각대금 6463억원, 3년 고용보장 등 조건을 공개했지만 노조는 '해외매각보다는 법정관리가 낫다'고 버티고 있다. 법정관리는 산업은행이 노조를 압박하는 유일한 '카드'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쥔 패를 다 읽고 벼랑 끝 전술을 벌이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23일 산업은행과 노조간의 비밀협상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노조 대표는 지난 23일 4시간가량 비밀협상을 벌였다. 지난 22일 방한한 차이융썬 회장도 역으로 가는 길에 차를 돌려 노조와 4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수용했지만 이틀뒤 일방적으로 '구두합의'를 파기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26일 긴급간담회를 연 이동걸 회장의 '주장'이다.

노조의 입장은 달랐다. 노조는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수용한적 없다"며 비밀협상을 '진실게임' 국면으로 전환했다. 노조의 '말'만 믿고 "오늘내일 노조와 손잡고 미래선언문을 발표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이 회장은 홀로 진실게임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더욱이 이 회장이 제안한 "금호타이어 전직원 투표" 방안은 노조가 밝힌 새로운 인수 후보자 이슈에 파묻혔다.

지난 24일 노조는 "국내 건실한 기업이 산업은행이 진행중인 매각조건과 동일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국내 어떤 기업으로부터도 투자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27일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는 전격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참여를 선언했다. 노조는 타이어뱅크 외에 국내 인수자가 2곳 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 긴급간담회에서 이동걸 회장은 "새 인수주체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늦은 시점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발목을 잡힐 수는 없다"며 "30일은 시한이고, 시한이 지나면 끝"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하루도 안돼 새 인수주체 윤곽이 나오면서 이 회장이 발목이 잡힌 모양새가 됐다. 또 다른 국내 인수 후보가 나오면 산업은행은 입장은 더 곤란해진다. 국내 인수자를 버려두고 해외에서만 찾았다는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진 국책은행이다. 시중은행 등과 같이 매몰차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는 없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을 거스르기 힘들다. 하지만 수조원대 혈세를 구조조정에 쏟아 부으면서도 구조조정 원칙 하나 바로 세우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산업은행의 처지에 공감할 수 없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한국GM, STX조선해양 이해관계자들도 이번에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원칙을 세우는 법은 간단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말은 곧 원칙이다. 말을 지키면 원칙을 세울 수 있다.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면 말을 아끼는 것이 더 낫다. 이동걸 회장은 "이달 30일 지나면 끝"이라고 선언했다. 많은 눈과 귀가 사흘 뒤 그가 그의 말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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