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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오니 금감원 야근중…어디부터 손댈까?

  • 2018.04.03(화) 14:31

김기식 원장 "나는 워커홀릭"..금감원, 주말 보고-취임날 야근
첫 임원회의 "조직개편·인사없다…직무 전념"
금융권·재계 "어디부터 압박하나" 긴장

▲ 김기식 금감원장이 취임한 지난 2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도 여의도 금감원 본원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사진 = 안준형 기자]

 

지난 2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에게 "저를 너무 한쪽 방향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에게 따라붙는 저승사자, 저격수 등의 수식어에 대한 부담을 표현한 것이다. 취임식에선 "저승사자라는 오해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그가 강경파 이미지를 벗기 위해 내세운 것은 '워커홀릭'이다. 김 원장은 "제가 늘 받았던 평가중에 '워커홀릭'이 있다"며 "금감원 식구들은 52시간 취지에 맞게 일하고 저는 소임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취임전인 지난주말 부원장보 9명으로부터 40분씩 주요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사실상 업무를 시작했다.


3일 열린 첫 임원회의에서 김 원장은 개인 업무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김 원장이 당분간 큰 폭의 조직개편이나 인사는 없으니 개인 직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업무방식을 유연하게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김 원장은 "금감원이 분석이나 통계자료를 통해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해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시장과 학계의 의견을 반영해 유연한 감독방식으로 전환하자"고 말했다. 회의 진행방식도 일괄보고에서 질의토론 형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회의 참석 임원은 또 "그동안 감독원이 답을 내려고 하다 답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 분석자료 등을 만들 때 학계나 시장에 미리 공유해 의견을 들어보자고 김 원장이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원장은 취임사에 향후 조직운영 방안을 다 담았다며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줄 것을 국장들에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 중인 김기식 금감원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당국 권위 땅에 떨어졌다"

 

'워커홀릭' 김 원장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그의 취임사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금융소비자보호다. 그는 "금융회사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며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약탈적 대출'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국회의원 재직시절 김 원장은 대부업 최고이자율을 39%에서 27.9% 내린 것을 정무위원회 금융분야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나아가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27.9% 역시 고금리"라며 "추가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9개 은행도 이자수익 덕에 2017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4배 넘게 늘었다. 사상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이 김 원장 앞에서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김 원장은 금융당국 권위를 세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금감원이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며 "감독당국으로서 영(令)이 서야 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 과정에서 후보 추천일정을 연기해달라는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여기에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에 휘말려 낙마하면서 '금융 검찰'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김 원장이 취임하는 날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금감원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 32명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채용비리 의혹엔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포함됐다. 반면 하나금융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 처분 압박하나

 

취임사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문제에 대해 손을 댈지도 관심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장부가만 27조원이 넘는다. 김 원장이 지적하는 문제는 현행 보험업법이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에 대한 보유규제 기준(자기자본 60%나 총자산 3% 중 적은 금액)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주요성과 및 20대 국회 제언 보고서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단순한 자산운용 목적이 아니라 그룹 소유구조 유지를 위한 핵심고리"라며 "보험업법만 자산운용규제를 취득원가로 고집하는 것은 삼성특혜법"이라고 지적했었다.

작년 삼성생명 총자산은 283조원 규모로,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보유규제 '3% 룰'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18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보험업감독규정에 '취득원가' 규정이 나와있는 점을 들어 김 원장이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감독규정을 개정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독규정은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해 김 원장 단독으로 개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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