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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험 무임승차 '자기대리점' 금지될까

  • 2018.04.05(목) 18:20

기업, 특수인 등 대리점 만들어 기업보험 자전거래
중개사협회 "법 개정해 규제해달라" 건의
금융위 고민중..업계, 이런저런 이유로 적극 못나서


기업들이 기업보험 가입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일명 '자기대리점'에 대해 규제가 이뤄질 것인지를 놓고 보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보험중개사협회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 자기대리점의 편법적인 운영을 막아달라며 보험업법과 시행령 개정을 공식 건의했다. 금융위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보험업법 개정 관련 검토를 진행중인데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 자기대리점, 일감몰아주기·과대수수료 요구 등 논란

자기대리점이란 기업에서 기업보험(경영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화재보험, 수출입보험, 종업원 단체보험 등) 가입을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설립한 보험대리점이다.

통상 기업보험은 보험사 내부 직원이 직접 기업체를 찾아가 보험계약을 체결(직급영업)하거나 전문적인 보험대리점(법인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을 통해 입찰형태로 체결된다. 기업이 자기대리점을 설립하는 것은 대규모 기업보험 체결때 발생하는 대리점 수수료를 가져가기 위해서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친인척, 지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대표로 보험대리점을 설립해 대부분의 보험물건을 독점적으로 중개하도록 하거나, 실질적인 중개역할을 하지 않고도 보험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보험사로 하여금 자기대리점에 높은 수수료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수수료 지급으로 사업비 부담이 늘어나고 대기업 그룹 계열사인 경우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기업의 자기대리점을 통한 독점적 거래로 보험중개사나 정상적인 보험대리점들의 영업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CJ그룹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화재를 통해 체결한 2133억원 규모의 기업보험중 95%가 CJ그룹 손경식 회장의 친인척이 설립한 보험대리점 두곳에서 취급된 것으로 알려져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 대리점은 이 기간 총 218억9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사협회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보험업법 101조의 '자기계약 금지' 규정을 명확히 해줄 것을 당국에 건의했다. 자기계약 금지는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중개사가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하고 있는 자를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로 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대리점이 모집한 전체 보험료중 자기계약은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자기대리점의 '고용' 관계가 명확치 않아 자기계약 금지 규정으로 이를 규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개사협회는 자기계약 금지 대상에 보험대리점과 보험중개사 이외에 '자기계약자 등'의 내용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기계약자 등'을 ▲배우자 ▲6촌이내 혈족 ▲4촌이내 인척 ▲3년 이내 퇴직자나 재직 중에 있는 개인·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 등으로 세분화 해달라고 건의했다.

◇ 금융위, 공정거래법 중첩 등 고심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 의견을 받아 검토중이지만 보험업법 개정 작업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자기대리점 문제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위반 이슈가 있어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규제할 경우 법이 중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에 따르면 '직접 상품이나 용역 거래를 하는 것이 유리함에도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리점을 통하면 추가 수수료가 발생해 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음에도 이를 매개로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가 고민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공정거래법상 규제의 공백이 있을 경우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이를 메울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까지 모두 들여다 봐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개사협회에서 개정을 요구한 보험업법 101조의 '자기계약 금지 조항'의 취지가 자기대리점을 규제하는 것과는 맞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기대리점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고 법 개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공정거래법과 중첩적으로 규제하는 사안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복잡한 부분이 있어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 자기대리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자기대리점 문제에 대한 내부적인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기업보험의 대형고객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부담과 계열그룹에 자기대리점이 존재하는 곳도 있어 공론화 하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자기대리점 문제가 불거졌지만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과거 보험사들이 규모가 큰 기업보험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업에 대리점을 설립하도록 유도했던 이력도 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설립하는 대리점을 통해 일종의 커미션을 제공하고 기업보험 계약을 체결했던 것.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업계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점도 있고 당장 개선이 쉽지는 않지만 공정한 거래나 시장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자기대리점 문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자기대리점 문제가 해결 될 경우 기업보험 시장에서 보다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CJ그룹 관련 자기대리점 문제에 대한 검사를 마쳤으며 계약체결 단계에서 보험업법상 위반사항이 있었는지를 점검해 제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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