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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사 부채 추정치 놓고 다툴 시간 없다

  • 2018.04.19(목) 17:54

새 회계제도 도입시 부채규모 놓고 혼선
신평사-보험사, '수치 맞나 안맞나' 신경전도
불안한 보험사..구체적 기준 마련해 대비할 시간 줘야


 

보험업계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2021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 17)' 도입이다. 단순하게 재무제표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수익과 부채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이에 따라 기존 상품이나 보유계약의 포트폴리오, 판매전략 등 보험사 전체의 체질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춰 금융당국의 건전성회계기준(K-ICS)도 바뀌면서 추가적인 자본확충 부담도 안고 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현재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축성보험은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고 부채로 인식된다. 부채가 크게 늘어 건전성 기준을 맞추려면 보험사에 따라선 수조원의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할 것인지를 놓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부채 규모와 이에 따라 보험사가 추가로 적립해야할 자본규모가 ‘오락가락’이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수백조원에 달해 대형사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자본잠식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부터 최근에 신용평가사에서 발표된 수십조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보험부채적정성평가제도(LAT)를 기반으로 지난해말 시장금리를 적용한 결과 생명보험사들의 보험부채 시가평가 규모가 531조원, 추가로 자본을 적립해야하는 규모가 74조원이라고 추산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대형 3사의 부채 시가평가 금액이 291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자기자본 대비 추가 자본적립 부담이 10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동양생명, KDB생명, ABL생명, 흥국생명, 현대라이프 등 5개사들의 경우 추가 적립 부담이 100%를 크게 상회하고 일부는 200%에 달하는 등 고위험군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부채 부담이 크지만 자체적인 자본확충 능력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보험업계 일부에서 '너무 과도한 수치'라며 발끈하고 있다.

지난해말 LAT기준에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관련 현금흐름이 시가평가에서 빠졌는데 이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혼선은 새 회계제도와 건전성회계기준이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채규모를 추정한 곳에서조차 "수치가 정확하지는 않다"고 토로할 정도다. 보험사 스스로나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향후 리스크를 가늠해 보려는 쪽이나 '눈감고 코끼리 만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금융당국에서 K-ICS 도입과 관련해 보험사별 부채 규모 등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내용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업계내에서도 전체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예금보험공사에서도 금융당국과 함께 IFRS17과 K-ICS도입에 대비해 보험사의 부채규모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지만 "보험부채 시가평가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IFRS17 관련 기준서가 발표됐지만 국내 도입에 따른 세부기준안이 정해지지 않았고 금융당국의 제도 미세조정 등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보험사별로 다른 복잡하고 세부적인 계약사항에 대한 데이터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접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각각 다른 기준을 갖고 평가를 한 뒤 전망치를 내놓으니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혼선이 보험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확실치 않은 보험부채 규모나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가 거론될때마다 보험사 건전성에 대해 내부 직원, 소비자, 금융시장의 불신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들도 '무엇을 어떻게 어느 수준에서 대비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채 불안해 하고 있다.

이제는 눈감고 코끼리 만지듯 산출한 수치가 맞느냐 틀리느냐를 놓고 싸울 시간이 없다. 새 회계제도가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3년이란 시간은 많은게 아니다.  IFRS17과 K-ICS 모두 2021년 도입이지만 2020년 비교재무제표가 필요한 만큼 내년까지는 회계제도 변경을 위한 시스템이 모두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보험권 전체에 충격을 주는 제도이다보니 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그것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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