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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산업은행 온렌딩대출과 최순실

  • 2018.05.14(월) 17:08

산은, 최순실 여동생 남편 회사 온렌딩대출 논란
대출 자체 문제없지만 성장성보다 안정성 추구 '허점'
산은 "중견기업 대출 제한…중소기업 집중"

 

지난 3월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회 지적사항중 하나인 '서양네트웍스 관련 온렌딩(On-lending)대출이 적정한 용도로 이용됐는지'에 대한 시정조치 결과를 내놨다. 온렌딩 대출은 산업은행이 중개금융기관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제도다.

조사 결과, 산업은행의 온렌딩대출금 50억원이 중개금융기관인 신한은행을 통해 서양네트웍스에 대출됐다. 만기는 올해 6월까지다. 하나은행을 통해 대출된 50억원은 작년 6월 상환이 완료됐다. 14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을 통해 (서양네트웍스 대출금) 사용내역을 받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 서양네트웍스는 왜 주목 받았나


서양네트웍스가 어떤 기업이기에 국회는 대출금 사용의 적정성을 의심했을까. 서양네트웍스는 블루독·밍크뮤 등 유아복을 판매하는 의류회사다. 중소 아동복 회사가 주목을 받은 것은 최순실씨와의 관계에서 시작됐다. 작년 10월 국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자.

◯박선숙 위원 : (온렌딩)대출을 분석하다 특이한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최순실의 제부, 동생 최순천의 남편이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에 이 온렌딩 대출로 2015년 6월 보름 사이에 100억원이 대출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서양네트웍스 대표가 온렌딩 대출금을 미국 고급아파트를 사는데 쓰지 않았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점검해보겠다"고 답했다. 당시 서양네트웍스가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점은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됐지만, 그 자금이 산업은행의 온렌딩대출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 작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이 이동걸 회장에게 질문하고 있다.[사진=국회회의록시스템 캡처]

 

◇ 알짜기업에 정부 지원 대출?


온렌딩 대출은 장래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중견 기업에 저리 대출해주는 지원금으로 2016년 기준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정책금융이다. 산업은행은 채권을 발행해 중개금융기관인 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은행은 지원 대상 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지원하는 간접대출이다. 서양네트웍스가 온렌딩대출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비선실세로 광범위한 이권에 끼어든 최순실이 없었다면 대출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서양네트웍스 회사 자체는 (재무적 측면에서) 엄청 좋은 회사"라며 "돈을 빌려가는 것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양네트웍스 매출은 1944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이다. 이익잉여금은 600억원에 육박한다. 산업은행의 설명대로 서양네트웍스는 저리 대출금이 필요없을 만큼 재무 상황은 탄탄했다.

서양네트웍스는 온렌딩 대출 덕분에 싼 이자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었다. 2011~2014년 단기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은 3.18~5.48% 수준이었다. 2016년 이 회사는 단기차입금 94억원을 이율 2.64~2.68%에 빌려는데 온렌딩대출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빌린 총 100억원의 이자율은 2.12~2.43%였다. 당시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시중은행 대출과 온렌딩대출의 이자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안정적인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량한 기업에 왜 정부가 저리로 돈을 빌려줬느냐는 질문에는 산업은행도 쉽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온렌딩대출의 '허점'이 있다.

 

◇ "대출 절실한 곳은 외면" 지적에 '6등급 중견기업' 제외

 

작년말 국회예산정책처는 '은행형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사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온렌딩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래는 보고서 내용이다.

"온렌딩대출의 대상 기업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자체적으로 시중 금융기관에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 산업은행이 리스크를 분담 해준다는 취지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온렌딩대출은 지원 대상 기업 선별이 전적으로 중개금융기관의 판단에 의하므로 각 중개금융기관은 상대적으로 우량신용등급 위주로 자금을 지원할 유인이 크다."

이 보고서 기준으로 보면 서양네트웍스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아니다. 온렌딩대출 이전 시중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에서 백억원대 대출을 받고 있었다.

 

▲ 자금지원이 절실한 5년미만 기업에 대한 온렌딩대출을 줄고, 20년 이상 기업에 대한 대출은 늘고 있다.[그래픽 = 국회예산정책처]

 

이 보고서는 온렌딩대출이 성장 가능성보다 재무적 안정성을, 대출금이 절실한 신생기업보다 업력이 오래된 안정적 기업에 대출이 집중되고 있다는 '허점'을 지적했다.

온렌딩 대출은 총 15개 기업 신용등급중 6~11등급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중 신용도가 높은 편인 6~8급의 비중이 작년 6월 기준으로는 67.9%에 이른다. 반면 신용도 낮은 기업에 대해 산업은행이 대출금 미회수 위험을 일부 부담하는 '신용위험 분담 온렌딩 대출' 비중은 2010년 5.54%에서 작년6월 0.02%로 낮아졌다. 돈을 떼이지 않을 안정적인 기업에만 대출해주고 있는 셈이다. 

서양네트웍스 사례처럼 산업은행 온렌딩대출이 원래 취지와 달리 '힘 있는' 우량기업에 대출해주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온렌딩대출이 본래 취지에 벗어나 우량기업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막기위해 올해초부터 '6등급 중견기업'에 대한 온렌딩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중견기업 신용등급인 6등급은 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바꾸고, 신용등급이 중간인 중소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 등 문제가 있어 중견기업 지원을 갑자기 끊을 수는 없지만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현재 75%에서 9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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