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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 되고있나]①물꼬는 텄다

  • 2018.05.17(목) 14:45

금융위, 가계대출→중소기업·혁신대출 전환 추진
10조 혁신모험펀드 조성, 동산금융 활성화
중기대출 증가 물꼬-가계대출도 증가 한계

작년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과 함께 추진된 생산적 금융이 10개월을 맞고 있다. 은행이 가계 부동산담보대출로 손쉽게 돈을 버는 '소비적 금융'에서 벗어나 벤처와 중소기업 등에 투자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에 기여하자는 정책이다. 생산적 금융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현황과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과도한 부채를 양산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한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을 거친 관료의 말에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있었다. 낮은 곳(저리)에서 높은 곳(고리)으로 흐르는 돈을 그대로 두면 한 곳에 몰려 범람하게 된다는 경고였다.

생산적금융은 강둑이 터지기 전에 가계에서 기업으로 돈의 '물꼬'를 틀겠다는 정책이다. "금융은 경제를 흐르게 하는 강물과 같다. 역동성을 막는 걸림돌은 걷어내고 생산적 부문에 금융이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그의 취임사와 함께 생산적금융은 닻을 올렸다.

금융위는 생산적금융 10개월의 성과로 '혁신모험펀드 출범'과 '금융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 '코스닥벤처펀드 조성' 등을 꼽고 있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지난 3월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했다. 또 창업의 걸림돌로 지목된 '공공기관 대출시 법인 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했다. 지난 1월에는 2조1000억원의 코스닥벤처펀드도 조성됐다.

이달에는 생산적금융의 핵심과제인 '동산금융 활성화 전략'도 윤곽이 나온다. 부동산 등 담보가 부족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로 금융의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제조업에 한정된 동산금융을 다양한 업종으로 넓히고 담보물을 원재료에서 완제품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정책과 맞물려 시중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대출은 국민은행 92조원, 신한은행 80조원, 우리은행 78조원, 하나은행 7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2%대 증가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전년동기대비 2~8%대 줄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올 1분기 중소기업 대출이 146조원으로 6.5% 늘었다.

하지만 돈이 가계대출로 몰리는 것은 막지 못했다. 올 1분기 가계대출은 국민은행 131조원, 우리은행 107조원, 하나·신한은행 각 100조원에 이른다. 4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작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이자수익 덕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 잔치를 벌였다.

"은행이 돈 많이 버는 것이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수익의 원천이 온통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에 치중돼 있는 것은 문제"라는 최 위원장의 경고도, 아직은 가계대출로 쏠리는 돈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고 가계대출은 '악(惡)'이고 중소기업대출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1년, 금융분야의 성과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생산적금융 등 4대 금융혁신 과제 모두 내용은 좋지만 과하면 문제가 된다"며 "생산적인 실물부분에 대한 자금공급은 중요하지만 가계도 금융이 필요할때 이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금융이나 포용적금융은 소비자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좋은 제도이지만 정부 코드를 맞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과부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동산 활황과 맞물려 최근 은행 이익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지속될 수는 없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압력을 가하기만 한다면 미래 먹거리가 없는 은행업은 도태되고 어느 순간 펑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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