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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윤석헌은 김상조를 보라

  • 2018.05.28(월) 10:07

8일 취임 후 신중한 행보 '해석 분분'
"지자체선거 감안 숨고르기" vs "이전 금감원과 다를 것"
개혁거품 걷어내고 소비자 위한 실질개혁 나서야

지난 8일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의 행보는 신중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늑대(김기식 전 원장)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며 재벌과 관료, 금융업계에 경고했지만 정작 본인은 조용히 내부 추스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발언도 정제돼 있다.

 

취임식에서는 "금융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라는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교수 시절 금융위원회 해체를 주장했지만 "금감원장으로서 자유롭게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얘기할 수 없다. 금융위와 협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사와 관련해서도 "금융사 영역에 일일이 관여하는 낡은 감독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앞서 최흥식 전 원장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과 채용비리 조사를 내세워 금융업계와 한판 승부를 벌이다 6개월만에 사퇴했다. 최 전 원장의 뒤를 이은 김기식 전 원장은 야당의 거센 사퇴압박 와중에도 금융사 CEO들을 불러 금리장사, 미흡한 소비자보호 체계를 질타하고 채용비리 조사를 지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다 2주만에 퇴진했다.

 

금융업계는 윤석헌 원장의 조용하고 신중한 행보 배경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두가지 심리가 교차하고 있다.

 

 

한편에선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뿐이라며 불안해 한다. 국가적인 중대사는 6월 북미정상회담과 지자체 선거를 말한다. 윤 원장이 이 일정을 감안해 호랑이 발톱을 숨기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6월 북미 정상회담과 지자체 선거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금융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추가 인사가 단행되고 체계 개편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또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과 채용비리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금융적폐 해소란 단어가 다시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사들은 '약탈적 금융'이란 시각에 근거해 금융사에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며 걱정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또 다시 개혁의 깃발을 들고 이슈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다른 한편에선 윤석헌 원장이 이전 금감원장들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명분'보다 실리를 찾을 것이란 얘기다.

 

떠들썩하게 몰아치기를 하며 개혁의 선명성을 강조하기보다 취임 후 발언을 구체화하며 흐트러진 금융감독 기능을 재정립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취임 이후 윤석헌 원장의 발언에서는 '실리'가 읽힌다.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언급했고 이를 위해 금융시장 위험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시장 질서 확립, 금융사와의 신뢰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금융사 임원은 "검사와 감독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제대로 된 검사와 감독, 법과 규정에 근거한 강한 제재를 통해 금감원의 위상을 찾아야 하는데 금융정책을 주도하려 하거나 정치적인 이슈에 동원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갈지자를 그려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윤석헌 원장 읽기'는 일치되지 못한채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두 건의 중대사가 끝나면 이곳저곳에서 윤 원장에게 답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윤 원장에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난 1년간 행보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윤석헌 원장과 김상조 위원장은 개혁성향과 해당 분야 전문가란 공통점이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었다는 점도 같다.

 

'삼성 저격수'였던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면 재벌개혁의 광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재벌해체가 목표가 아니냐는 과격한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취임 후 김상조 위원장은 선택과 집중을 택했고 재벌개혁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했다.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의 갑을관계 개선, 일감몰아주기 등 재벌총수 일가의 불법부당한 사익추구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지배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데에는 '자율'을 강조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윤 원장의 말대로 금융 건전성을 지키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감원이 해야할 본연의 임무를 차분하게 따져서 정비하고 확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금융적폐 청산', '재벌개혁'이란 용어 때문에 만들어진 과도한 임무가 있으면 걷어내야 한다.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를 위한 실질적인 개혁'이어야 한다.

 

그래서 윤석헌 원장의 '전문가적 식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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