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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⑰교보생명, 38살 3세 직급은 '과장'

  • 2018.07.03(화) 13:47

신창재 회장 "경영능력 증명돼야 경영권 승계"
보험 핵심실무부서, 돈쓰는 법 경영수업 1석2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38)씨는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 외에 크게 알려진 게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그룹들은 3·4세로 이어지는 승계구조 짜기에 골몰하는 것과 달리 교보생명의 경우 지분 승계율이 0%여서 공개될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신창재 회장은 아직까지 두 아들에게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36) 씨는 현재 해외유학중으로 그나마 계열사 입성도 못한 상태다. 여타 그룹 3·4세들이 20대에서 30대 초반에 이미 그룹의 핵심계열사 지분을 승계 받고 임원급으로 요직을 꿰찬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 회장이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한 오너 CEO(최고경영자)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 가운데 현재로서 3세 경영 승계구도가 가장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오너 CEO 체제는 아니지만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0.06%의 지분 소유만으로도 그룹 내 금융계열 핵심회사인 삼성생명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인정받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 상무로 재직하며 디지털혁신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생명 김동원 상무는 34세로 신중하 과장보다 네 살 적다.

 

평소 신 회장은 준비되지 않는 3·4세 경영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들을 해왔다. 지분이 많다고 자연스레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게 맞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온 것이다.

 

취임이후 줄곧 ‘정도(正道)경영’을 강조해온 만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사 가운데서도 많은 고객을 거느린 대형 보험사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신 회장은 아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일까. 드러난 부분만 보면 그렇게도 보이지만 속내를 들어다보면 누구보다 치밀하게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다.

 

 

◇ 본사 아닌 자회사 입사…신 회장의 ‘빅픽쳐’

 

신중하 과장은 입사 전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이 경력을 인정받아 2015년 5월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고 지난해 과장으로 승진했다. 차·부장급으로 입사해 몇년만에 초고속 승진하는 다른 3·4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나 신 회장이 교보생명 그룹사 전체를 거느리는 교보생명이 아닌 자회사의 대리로 장남을 입사시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위치가 세인의 관심 밖인 데다 아들이라고 특혜를 주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져 그가 강조해온 정도경영에도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과정은 신 회장의 ‘빅픽쳐(큰그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KCA손해사정은 교보생명이 2002년 설립한 종합보험심사전문회사다. 보험의 핵심업무인 계약심사(Underwriting), 지급심사(Claim), 특별심사(SIU)를 담당하는 곳으로 100% 자회사인 만큼 교보생명의 거의 모든 계약들을 처리한다. 

 

이는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업무이며 주로 대리·과장급이 실무를 담당한다. 보험업 프로세스에서 경영자로서 가장 잘 알아야할 ‘돈이 나가는 부분(보험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또 손해사정이 보험의 전문영역인 만큼 신 회장 승계 당시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경영능력을 의심받았던 부분들까지 해소할 수 있다.

 

이같은 행보는 신창재 회장이 승계 당시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대물림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신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신용호 명예회장의 암 발병으로 10년이 넘는 의사생활을 접고 갑작스레 교보생명 경영에 뛰어들게 됐다. 경영준비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당시 신용호 명예회장은 교보생명 입사에 앞서 신 회장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에 앉혔다.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것보다 우선 돈을 잘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신 회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룹의 핵심인 보험업에서 돈이 나가는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곳에 아들을 앉힌 것이다. 경영수업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선 1석 2조다.

 

 

◇ 승계작업시 지분확보 재원, 지배력 유지 고민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교보생명도 3세로의 승계작업을 더디지만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늦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신 회장이 올해 66세인 점을 감안하면 지분승계가 아주 급한 상황도 아니다. 신 회장 역시 40대 중반에서야 경영에 참여했다.

 

다만 본격적인 지분승계가 시작될 경우 재원이 관건이다.

 

신 회장은 신용호 명예회장 타계 전인 1990년대 이미 지분 45%를 넘겨 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교보생명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증여세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율은 33.78%(692만5474주). 지난해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 간 거래된 지분가격이 주당 29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2조430억원 수준에 달한다.

 

교보생명 규모가 신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을 당시보다 4배 가량 커진 점을 감안하면 신 회장의 두 아들이 지분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여세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만약 두 아들이 지분승계 과정에서 재원마련이 어려워 증여세를 주식으로 물납(세금을 현금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등 현물로 납부하는 것)한다면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도 신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에는 지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3세 경영승계로 이어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셈이다. 

 

 

◇ 낮아진 최대주주 지분율...외국계주주 IPO 요구

 

현재 교보생명 주주현황을 보면 신 회장의 사촌 신인재(2.53%)씨와 누나 신경애(1.71%)·신영애(1.41%)씨의 지분을 더해도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39.43% 정도다. 신창재 회장이 2세 경영을 시작할 당시 최대주주측 지분이 총 58.24%(2004년말 기준)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최대주주측 지분율이 떨어진 것은 2007년 유상증자 후 발생한 실권주를 제3자배정으로 돌렸고, 특수관계인들이 그동안 주식 일부를 매도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당시 발생한 실권주는 일부만 우리사주로 배정됐고, 대부분 미국 PEF인 커세어캐피탈(Corsair Capital)이 받아갔다.

 

3월말 기준 교보생명 주주명단에는 기관투자자가 즐비하다. 커세어캐피탈 컨소시엄이 9.79%로 2대주주에 올라있고 ▲어피니티 컨소시엄 9.05% ▲OTPP((Ontario Teachers’ Pension Plan) 7.62% ▲수출입은행 6.85% ▲스탠다드차타드PE 5.33% ▲IMM PE 5.23% 순으로 보유 중이다.

 

특히 어피너티는 2012년 당시 교보생명 2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24%를 컨소시엄(어피너티,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을 구성해 인수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정 가격에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풋옵션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주가상승과 매각편의를 위해 교보생명에 IPO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와 승계에 변수로 지목된다. IPO로 지분율 변화가 나타날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를 위해 외부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IPO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상장에 대해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과 달리 보험사는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에 놓여있다. IPO나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2세경영을 맡던 초기 회사 임원들이 단체로 사표를 제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한 회사를 정상화시키면서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즐비한 외국계 주주들 사이에서 3세까지 그 신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신 회장이 본격적인 승계 과정을 미루며 고민에 빠져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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