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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비중 0.2% 인터넷은행 옭아맨 '대형 족쇄'

  • 2018.07.13(금) 15:02

케이뱅크, 유상증자 실패..은산분리 규제 여파
'구멍가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형은행 잣대
금융위 "리스크 덜한 만큼 규제 완화해야"

 

"규제는 리스크 크기에 따라 설계한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이 한 말이다. 은행의 리스크가 커질수록 규제도 강해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리스크가 적은 은행은 규제 강도도 약해진다.

은행법 '제16조의2'를 보자.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4(지방은행 경우 100분의 15)를 초과해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비금융주력자는 산업자본을 의미한다. 즉 산업자본이 의결권있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산업 분리 규제다.

이 법규의 특이한 점은 지방은행은 15%까지 허용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 국장은 "리스크 크기따라 규제가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산분리 원칙인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4% 제한선'을 고정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에 의해 '4% 룰'을 적용받고 있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최대 10%까지 지분 투자가 허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 2363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자산은 각각 5조8422억원, 1조3511억원이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중은 약 0.2% 수준에 불과하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는 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5년이 지난 미국과 일본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신비중이 각각 4.4%, 1.7%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 국장은 "은행은 특별하다. 어느나라나 엄격히 관리한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리스크가 과장된 부분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은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가능하지 않다. 면대면 영업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대출, 소액대출 중심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은산분리 규제에 막힌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전긍긍이다. 지난 12일 케이뱅크는 1500억원 유상증자 납입에 사실상 실패했다. 올해초까지만해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주주들이 불참하면서 최종 증자 규모는 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총 20개 주주회사중 17곳이 증자대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KT, NH투자증권, 우리은행 등 주요주주 3곳만 300억원 규모의 '무의결권 전환주'를 떠안았다. 케이뱅크는 이번 증자뒤에도 자본금이 3800억원에 머물게 됐다.

'무의결권 전환주'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보통주 전환 전까지는 의결권이 없고 지분율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배당도 없다. 이미 10% 지분을 보유한 KT는 은산분리 탓에 '무의결권 전환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못한다.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주식을 떠안은 셈이다.

그간 케이뱅크 대출상품은 종종 중단됐다. 지난 7일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지난 12일에는 '직장인K 신용대출 상품'도 중단했다. 대출은 몰리고 있는데 자본금이 적어 판매를 할 수 없어서다. 이번에 증자에 실패해 앞으로 케이뱅크 영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카카오뱅크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은산분리 규제를 덜 받는 금융자본 대주주가 있는 덕분이다. 한국금융지주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총 출자액은 6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분 10%를 갖고 있다. 이 덕분에 카카오뱅크가 진행한 작년 9월 5000억원, 올 4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현재 카카오뱅크 자본금은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비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자본금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자본금은 신한은행 7조9281억원, 하나은행 5조3596억원, 우리은행 3조3814억원, 국민은행 2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이익잉여금 등이 포함된 4대 시중은행 '자본총계(자본)'는 20조~25조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인터넷전문은행에 규제를 마냥 풀어줄 수는 없다. 자칫 은행이 부실해지면 국민에게 미치는 파괴력이 크고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토론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는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은행법 개정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이 변하면 규제도 변해야 하고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장혁신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도 "은행에서 대출을 못받는 사람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빚을 내지 않도록 금융당국에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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