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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 저축은행, '예보료 산정 주홍글씨' 논란

  • 2018.07.17(화) 17:00

예보, 금융사 예보료 징수 위한 평가결과 통보
저축은행 "평가 불이익받았다" 반발
예보 "변별력 위해 평가방법 변경..저축은행사태 원죄도 감안"

"본 금융기관이 예금 등 채권의 지급정지 후 파산하게 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1인당 보호금융상품의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하여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합니다."

통장의 뒷면을 보면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있습니다. 은행이 망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예보)가 5000만원까지는 보호해준다는 얘기입니다. 예금자보호제도는 미국 대공황기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너도나도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을 억제하고 금융기관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때 예금자보호제도의 덕을 톡톡히 본 경험이 있습니다.

예보는 무슨 돈으로 예금자보호제도를 운용할까요.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그리고 저축은행 등이 납부한 예금보험료(예보료)입니다.

예보료는 금융사 수신 규모에 일정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합니다. 그리고 비율은 각 업권마다 다르고 업권 내에서도 각 회사의 등급별로 다릅니다.

계산법은 이렇습니다. 현재 예보는 은행업에는 표준예보료율을 0.08% 적용하고 보험과 금융투자업은 0.15%, 저축은행업은 0.4%를 적용합니다. 업종마다 표준요율이 다른 것은 업종의 신용도를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낮기때문에 표준요율이 5배가 적용됩니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표준예보료율에 개별 금융사들의 평가등급이 추가로 반영됩니다. 평가등급은 1등급에서 3등급까지 부여됩니다. 2등급을 받게 되면 정해져 있는 표준예보료율만큼 예보료를 내고, 1등급이면 5%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3등급이면 5% 할증되면서 더 많은 예보료를 내야 합니다.

만약에 A저축은행이 1조원의 수신을 달성하고 3등급을 받았다면, 최종 예보료는 1조원의 0.4%인 40억원에 5%가 할증된 42억원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예보료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저축은행, 예보료 산정 등급평가 결과에 반발

최근 예보는 2017 사업연도 예금보험료율 산정을 위한 평가 결과를 금융사들에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놓고 저축은행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경영건전성이 개선됐기 때문에 등급이 상승하거나 적어도 유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지난해 저축은행 전체 순익은 1조원을 넘어섰고 총여신연체율은 4.6%로 전년대비 1.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부실채권 비중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포인트 낮아진 5.1%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등급이 떨어졌습니다. 2016년 사업연도 예보료 평가에서 총 70개 저축은행이 1등급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25개 불과합니다.

건전성이 개선됐는데 왜 등급은 나빠진걸까요?
 
예보가 평가를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꾼 때문입니다. 절대평가에서는 75점을 넘기면 1등급이었지만 이번 상대평가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81.3점을 받아야 했다 합니다. 전년이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던 저축은행중 이번 상대평가 도입으로 2등급으로 밀려난 곳이 40곳입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들은 "예보료를 평가를 통해 차등적용한 것은 경영개선을 유도하겠다는건데 정작 경영개선을 하자 기준을 바꿔버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는 기본적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표준요율도 높은데 등급에서도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계속 높아졌고 반면 다른 금융사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전인 1997년 저축은행의 표준예보료율은 0.15%인데 현재 0.4%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은행은 0.1%에서 0.08%로 내려갔습니다. 보험사도 0.3%에서 0.15%로 낮아졌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보가 예보료를 많이 받기 위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개선을 감안하지 않고 기준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예보 "저축은행사태로 혈세 투입, 저축은행 부담 더 져야"

예보도 할말이 많습니다.

우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존 예보료를 위한 평가 결과 1등급이 너무 많아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016년 사업연도 예보료 평가 때는 1등급이 총 70곳으로 전체 저축은행의 90.9%를 차지했습니다. 2등급은 6곳(7.8%), 3등급은 1곳(1.3%)였습니다. 최근 결과인 2017년 평가에서는 1등급이 25곳(32.1%), 2등급이 42곳(53.8%), 3등급이 11곳(14.1%)이었습니다.

여기에 저축은행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이 예보료 인하를 원하고 있어 예보 입장에서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보험업계는 국제회계기준(IFRS) 변경에 따라 자본확충 이슈가 있습니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예보료 인하를 꾸준히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증권사의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예탁돼 운용되기 때문에 예보료는 중복규제라며 예보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예보료 징수를 잘못했다가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보료는 만일의 사태에 금융업권 전체를 보호해 줄 우산이 됩니다. 이에 따라 예보는 각 업권별로 예보료 목표기금 총액을 정해뒀습니다. 초과하면 그해의 예보료는 면제되지만 현재 이를 달성한 업권은 없습니다. 우산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우산을 만드는 일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게 예보 생각입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예보는 29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저축은행에 쏟아부었습니다. 상환율은 아직 절반도 되지 못합니다.

예보는 이를 회수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손실을 다른 금융업권이 보전해주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도 운용중입니다. 저축은행 외 다른 금융사는 납부한 예보료에서 45%를 저축은행 특별계정에 넣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의 예보료 인하 요구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예보 입장입니다.

예보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업계 설명은 이해하지만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국민들이 짊어졌던 부담을 생각한다면 예보료 인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은 저축은행이 계속 부담을 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예보료를 놓고 예보와 저축은행의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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