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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윤석헌은 곶감이다"

  • 2018.07.24(화) 10:21

금감원장-은행장 첫 상견례 '화기애애'
이동걸 "윤석헌은 곶감", 윤석헌 "청바지" 등 건배사
금감원장 "쓸모있는 금융" 강조..어떻게 가시화될지 관심

은행장 22명 등 27명이 줄을 섰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명함을 받기 위해서다. 지난 23일 오후 7시 은행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서 금융당국 수장과 은행장들이 상견례를 가졌다. 지난 5월 윤 원장이 취임한지 77일만이다. 웃는 얼굴로 명함을 주고받았지만 최근 금융권 상황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9일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쪽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가면서 금융회사와 전쟁을 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곧바로 "표현이 과했다"고 했지만 전쟁이란 단어는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금융사에 전달됐다. 올해 4분기부터 종합검사 부활도 예고했다. 종합검사는 2~3년마다 한번씩 금융사의 모든 것을 점검하는 '저인망식' 검사로 2015년 폐지된 바 있다.

윤 원장은 23일 간담회에 앞서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의 신뢰회복과 '쓸모 있는 금융, 도움이 되는 금융'을 위해 은행권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이 꺼낸 '쓸모 있는 금융'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윤 원장은 간담회 직전 '쓸모 있는 금융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도움이 되는 금융"이라고 답했다. 

은행장들의 관심도 윤 원장의 의중에 쏠렸다. 간담회에 앞서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이사는 "윤 원장이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지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학자로 있을때와 원장직을 맡고 난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간담회는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문밖으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와인 '1865'를 마시며 28명은 차례로 건배사를 제안했다. 밖에서 걱정했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화기애애했다.

누군가는 "금융인과 감독원의 신뢰와 사랑을 위한다"며 건배사로 "미사일, 발사"를 외쳤다. 인터넷전문은행 대표중 한사람은 "은행이 뭔지 계속 질문하면서 가고 있는데 가면 갈수록 어려운 것이 은행이다. 출범 1년을 맞은 아기라는 사실을 감안해 달라"며 "은행은 역시 은행이다"라고 건배사를 제안했다.

윤 원장은 건배사로 "청춘은 바로 지금, 청바지"로 화답했다. 그는 건배사에 앞서 "상대평가나 종합검사에 대해 말씀이 많으신데, 일단은 (제가) 화두로 던진 것"이라며 "앞으로 신중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릴레이 건배사'가 이어졌던 간담회는 오후 9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간담회 직후 윤 원장은 불콰한 모습으로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윤 원장은 "은행권이 맏형이니 중개 기능 활성화를 포함해서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며 "금융은 신뢰가 중요하니 신뢰확보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호랑이, 전쟁 등 강성 이미지를 벗으려 애쓴 듯 보였다. 행사 직후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윤 원장에 대해 "호랑이 아니고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고 평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 임명이 발표되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과 관료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고 빗댄 바 있다.

행사장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윤 원장이 최근 말한 '전쟁'이란 단어에 대해 "기사에 편집이 됐기 때문이라 했다"고 전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건배사는 '곶감'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건배사로 "윤석헌은 곶감이다"라고 외쳤다. 호랑이와 곶감 설화를 건배사로 빌려 쓴 것이다. 설화는 모두가 아는 그 이야기다. 마을로 내려온 호랑이가 우는 아이 달래는 어머니의 소리를 문밖에서 듣는다. "호랑이가 왔다. 울지마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계속 울던 아이는 "곶감 봐라"라는 말에 울음을 뚝 그친다. 호랑이는 곶감이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회장이 이 건배사를 외치자 은행장들의 웃음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다. 소위 '센스있는 건배사'였다. 하지만 이 설화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윤 원장 입장에선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다. 이 우화는 어리석은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윤 원장에게 어리석은 호랑이보다 '우는 아이'를 달랠 '곶감'이 되어달란 얘기는 아닐까. 이 회장과 윤 원장은 경기고, 서울대 동문으로 평소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술이 없었다면 이 회장이 윤 원장에게 공석에서 '곶감'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화기애애했던 상견례는 끝났다. 취중진담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속내는 다 털어놓았다. 윤 원장은 "신중히 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참석한 은행장 중에서 일부는 올해말 종합검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웃는 얼굴로 탐색전을 끝냈지만 게임은 이제부터다. 당장 '쓸모있는 은행'이란 말에 '그동안 은행이 쓸모 없었느냐'고 은행권은 불편해하고 있다. 윤 원장과 은행장들이 두번째 간담회에서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은행연합회는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장을 초청해 은행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맨 아랫줄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윤석헌 금감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가운데줄 왼쪽부터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허인 국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민성기 신용정보원장,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맨 윗줄 왼쪽부터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직무대행, 서현주 제주은행장, 이용우 카카오은행장, 문재우 금융연수원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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