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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라 불린 노신사' 윤석헌, 소신 지켰나

  • 2018.08.13(월) 17:23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100일
"소비자 보호 소신 밀어붙였다" 긍정평가
"은산분리 완화 번복은 실망" 지적도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오는 1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금감원 내부에선 격 없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수장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선 "걱정했던 것보다 강도가 세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친정'인 학계에선 그가 소신을 얼마나 지켰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을 흔들림 없이 밀어붙였다"고 평가했지만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소신을 갑자기 번복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요"

윤 원장은 취임 이후 금감원 업무를 익히면서 직원들과 격 없이 소통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되도록 존댓말을 쓰고,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아는 척'하지 않는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매번 보고를 들어가면 윤 원장이 일어나서 맞이해 준다"며 "이전 원장과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보고서를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요'라며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덕분에 윤 원장은 70살의 고령에도 빠르게 업무를 파악했다. 지난달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 등에서 기자와 국회의원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 원장 낙마로 흔들렸던 금감원 조직도 윤 원장의 '수평적 리더십'에 빠르게 안정화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은 외유내강 모습으로 어수선했던 조직을 신속히 안정시키고 금감원의 역할을 정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걱정보다 강도 세지 않았지만…"

금융사 등 업계에선 '걱정했던 만큼 무서운 호랑이는 아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금감원장에 취임하자 정치권에서 '재벌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 뒤 줄곧 윤 원장에겐 '호랑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지난달 은행장과 상견례에서 그를 만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윤 원장에 대해 "호랑이 아니고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고 평했다. 상견례에서 은행장들과 윤 원장은 릴레이 건배사를 주고받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윤 원장을 '곶감'이라 표현한 건배사를 할 정도였다.

윤 원장은 지난달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사와 전쟁하겠다"고 말하면서 '호랑이가 발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무위에서 "표현이 과하고 거칠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 원장이 학자 시절 은행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취임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며 "취임 이후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예상보다 강도가 세지는 않다"고 평했다. 그는 다만 "금융당국이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간섭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호랑이가 발톱을 드러낼 것인지'는 올 하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을 두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는 등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윤 원장이 올 하반기 예고한 종합검사의 범위와 강도에 따라 그는 '이웃집 아저씨'에서 다시 '호랑이'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 소신 지켰나 타협했나

학계 반응은 엇갈렸다. 윤 원장이 학자 시절 '금융위원회 해체' 등 강경한 주장을 펼쳐온 만큼 학계에선 그가 소신을 지킬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위 견제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흔들림 없이 밀어 붙여왔다"며 "앞으로 금융위 견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감원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에 즉시연금 문제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금융감독이 눈에 띄는 업무가 아닌데도 윤 원장은 평소 지론대로 소비자보호에 충실했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로 입장을 번복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학자시절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수 있다며 반대해온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국가적 과제"라며 사실상 옹호하는 입장을 내놨다.

박 교수는 "평소 소신이 자리에 따라 바뀌면 신뢰가 상실된다"며 "윤 원장이 약속한 개혁을 제대로 추구할지 아니면 타협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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