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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업은행 회장의 무게

  • 2018.09.17(월) 08:58

취임 1년 이동걸 평가는? "소탈하고 소신강해"
대기업 구조조정·윤리경영 강화 긍정 평가
직설적 발언 잦아져..국책은행 성격·역할 인정해야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한국GM 등 구조조정을 잘 이끌었다고 평가하는 쪽에선 칭찬한다. 반면 미국 GM에 유리한 조건으로 한국GM에 혈세를 퍼주었다고 보는 쪽에선 비판한다. 굳이 저울질 하자면 비판보단 '원칙을 지켰다'는 칭찬이 많은 듯하다.

이 회장에 대한 내부 평가도 좋다. 산은 관계자는 "최근 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나는 떠나더라도 (지금 맡은) 역할은 충실히 하겠다'고 했는데 기관장이 공개적으로 이런 말하기 쉽지 않다"며 "학자 출신답게 굉장한 소신이 있다"고 평했다. 이어 "이번 여름에 부서별로 아이스크림을 돌렸을 정도로 직원들을 소탈하게 대하고 불필요한 일은 시키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실기업 구조조정 성과 등만으로 그를 평가하기는 부족하다. 구조조정은 정부와 국회가 큰 방향을 결정한다. 산은은 최종 목적지가 입력된 내비게이션에 따라 핸들을 잡은 운전자와 같다. 올해초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이 산은보다 국회를 먼저 찾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회장은 정부가 내세운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큰 사고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봐야 한다.

기자에게 이 회장의 성과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임직원행동강령 개정을 꼽겠다. 산은은 올 3~4월 임직원행동강령을 개정했다. 임직원이 사적이해관계로 얽힌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부지점장 이상의 임직원이 거래처에 재취업할 경우 회사에 자문을 구하게 했다. 직무와 관련된다면 은퇴한 회사 선배와 2년간 밥도 못 먹게 막았다. 방향은 옳지만 임기 3년짜리 회장이 굳이 '총대'를 메고 싶지 않은 궂은일이다.

이 회장이 윤리경영을 강조한 것은 국책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세간엔 국책은행은 '혈세로 운영되는 신의 직장'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이 회장은 내부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우린 혈세로 운영되는 은행이 아니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산은 안과 밖에서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다.

이동걸 회장의 대외적인 소통은 직설적이다.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7월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일반인들은 마치 정부가 혈세로 매년 몇조원씩 (산은에) 집어넣고 그 돈을 갖고 정책한다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린 정부에서 돈을 받아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금을 조달해서 (돈을 벌어) 정책한다"고 몇차례나 강조했다. 이달 11일 간담회에선 "지난 몇년간 구조조정하면서 산은이 까먹은 돈은 천문학적"이라며 "정부에서 1원도 안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에 대해 '정부가 산은 자본금을 댔고 국책은행 후광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주하고 위기땐 결국 정부에 손 벌리지 않느냐'고 토가 달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위원회는 성장지원펀드 1000억원, 경영정상화 지원금 5000억원 등 총 6000억원을 '내년 산은 출자금'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혈세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취임 1년이 지난 이 회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긴 아직 이르다. 아직 임기가 2년 남았고 한국GM은 법인 생산·연구법인 분리 문제로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한국GM 문제를 잘 매듭지지 않으면 지난 1년간의 성과는 금세 잊힐 수 있다.

그는 최근 간담회에서도 "올해 대우건설 매각 당시 주가보다 프리미엄이 20% 붙었는데 헐값매각을 강행했다는 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면 결국 못 팔았으면 칭찬해야하는데 못팔았다고 또 야단이다. 이래도 저래도 욕을 먹었다"고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어쩌면 산은 회장은 이래도 저래도 욕을 먹는 자리일지 모른다. 잘해야 본전이다. 망해가는 기업에 세금을 넣어 되살리는 일을 맡았으니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이 회장이 '혈세로 운영되는 은행'이라는 오해(?)에 대해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책은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고 잘하라는 의미의 '채찍'일 것이다. 그런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별수행단에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산은 회장이 포함된 것도 의미가 크다. 국책은행장이 견뎌야할 무게가 적지 않다. 직설적인 발언보다 국가경제를 위해 묵묵하게 이뤄낸 성과가 필요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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