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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전수입 아까울텐데…실손 청구간소화 추진 왜?

  • 2018.12.07(금) 10:23

보험업계, 청구 간소화 추진..일부는 이미 제공
미청구건 70%…간소화되면 낙전수입↓ 손해율↑
업계 "당장 손해라도 장기적 인건비절감 등 이득"

소위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는 3400만명, 전국민의 77%가 가입했다. 그럼 이중 실제 보험금을 청구해 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실손보험'은 실제 지출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병원비에서 일부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입률 대비 보험금 청구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보험금이 크지 않고 그에 비해 청구절차가 귀찮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감기 등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예상되는 실손보험금 규모는 5000원 미만이거나 1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소비자단체에서 올 상반기 64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전 1년간 통원치료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67.9%를 차지했다. 전체의 30% 가량만 실손보험금을 청구한다는 얘기다. 의료비 규모가 큰 입원치료비도 청구하지 않은 경우가 4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 규모는 적지 않다. 통원은 1만~3만원 미만이 60% 가량을 차지하지만 10만원 이상 미청구 비율도 12.8% 정도다. 금액이 소액일수록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높게 나타났지만 입원의 경우 30만원 이상 미청구 비율도 31.1%에 달한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는 통원의 경우 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65.6%로 압도적이다. 입원은 시간적인 부담이나 번거로움 때문이 47.5%, 서류발급비용 부담이 22.6%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으로 볼 때는 적은 금액이지만 3400만 가입자를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때문에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방법을 간소화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인프라부족(병원과 보험사간 전산망, 비급여코드 일원화, 영수증 양식 표준화 등)과 비급여 노출을 우려한 의료계의 반발로 시행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보험업계를 비롯해 정치권, 소비자단체, 학계 등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들어 보험업계가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몇몇 대학병원과 제휴를 맺고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보험사간 전산망을 연결하는 등 별도의 비용도 들어가야 한다. 연결을 대신해주는 인슈테크플랫폼 업체를 통해 진행한다고 해도 플랫폼 이용료를 지급해야한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관은 최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추진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자동차보험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서류를 주고받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보험사들은 심평원에 위탁 비용을 내고서라도 이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 영업환경 악화·비용지출에도 적극 추진하는 이유 

보험업계가 보험시장 포화와 경쟁심화, 경기침체로 보험가입은 줄고 가입해지(해약)가 느는 상황에서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청구간소화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돈'의 문제다.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지급할 보험금을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쌓아둔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는 결국 보험사의 수익으로 잡힌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소액 다건의 미청구 실손보험금을 이른바 '낙전수입'으로 부른다.
 
청구간소화로 소액 다건의 미청구 실손보험금이 모두 자동으로 청구되면 보험사는 낙전수입도 잃고 보험금 지급 증가로 손해율도 올라갈 수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현재도 100% 이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보험사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보험료를 올리지 못해 손해율에 매우 민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는 청구간소화에 '고(go)'를 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청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줄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손해사정을 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율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비용축소에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로 매년 대량의 종이문서를 전산화 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전체 가입자중 10%만 보험금을 청구한다고 해도 340만건이다. 통상 30% 가량 청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1000만건을 거뜬히 넘기는 규모다. 보험사로서는 업무 부담이 과중할 수 밖에 없다.

모바일 등 온라인 청구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30% 미만인데다 이 역시도 영수증을 사진으로 촬영했거나 스캔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동인식기술(OCR)을 통한 전산화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를 확인하고 입력하는 별도의 계약직 직원들을 따로 두고 있다. 자회사인 손해사정법인이 별도로 인력을 고용하기도 하며 회사별로 많게는 수백명에 달하기도 한다. 

회계제도 변경, 수익악화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비용절감'이다. 당장 전산망을 구축하는 비용, 낙전수입을 포기하고서라도 인력절감을 통해 얻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보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프로세스, 업무부담이 감소하는 것도 있지만 (간소화 추진시) 실손보험금 청구건을 입력하는 고용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전산화로 자동화되면 모럴해저드나 보험사기 등도 줄어 장기적으로는 손해율 관리의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청구로 소액 다건의 실손보험금이 모두 지급되면 낙전수입이 줄어들고 손해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인력 비용절감 부분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이지만 건수가 많은 경우 입력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심사에서도 영향을 미쳐 사실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결국은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간편 청구가 실시되면) 보험금 청구 접수 인력뿐 아니라 심사인력 축소와 효율화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말로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이야기하며 손놓고 구경할게 아니라 자동차보험처럼 심평원을 이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지원하거나 이도 어렵다면 인슈테크플랫폼 기업들을 지원해 병원과의 업무 제휴망을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은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선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절감이라는 이유가 더 크다 하더라도 보험업계가 지지부진하게 10년을 끌어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적극 나섰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라는 평가다. 물론 청구 간소화는 정부정책과 반하는 고용 축소 문제와 의료계라는 큰 벽을 허물 전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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