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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국민은행 '나홀로 파업' 배경은

  • 2019.01.04(금) 15:54

8일 총파업 예고, 사회적 공감 못 얻어
노사, 성과급·페이밴드 등 대화 단절
갈등 이면에는 경영진·직원 불신

은행업계 1위 KB국민은행 노조가 오는 8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투표조합원 96.01%(1만1511명)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노조는 "압도적인 찬성"이라고 표현했다.

은행 내부에선 압도적인 지지로 총파업을 결정했지만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귀족 노조 프레임이다. 평균 연봉 9100만원(2017년 기준)을 받는 노조가 성과급을 더 받기위해 파업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심지어 은행업계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일부 언론에서 이번 파업이 경영성과급을 받기 위한 파업이라 호도하지만 사실은 근로조건 개악, 성과주의 확대 등으로 금융의 공공성 훼손이 파업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 KB 국민은행


◇ "외부 시선 곱지 않다"

성과급은 이번 파업의 원인중 하나다. 노조는 현행 기준에 따라 이익배분(P/S)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지급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로 바꾸자는 입장이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작년 3분기 국민은행 ROE는 10.68%다. 이 추세라면 사측이 제시한 지급기준을 적용해도 성과급은 나온다. 하지만 작년은 부동산시장 과열과 맞물려 은행권이 사상최대 실적 낸 호황기였다. 노조는 "최근 10년간 ROE 10%를 달성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은 어떨까. 신한은행은 성과급 지급기준이 있다. 작년에도 영업손익이 전년보다 14% 초과달성해 연말 성과급(현금)이 지급됐고 현재는 주식 보상도 논의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축하금을 제외하면 2000년 초반 이후 성과급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작년 성과에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과급 지급기준은 다르지만 성과에 연동해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쟁점은 ROE 10%가 적정한지 여부다. 노조 측은 "ROE 10% 기준을 받아들이면 경영성과급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성과급 등 성과의 분배를 고민할 시점인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은 기술변화에 대응해 직무관리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은 고객이 낸 이자나 수수료로 번 이익을 배분하는데 은행 노사가 성과급으로 싸우면 사회적 인식이 좋을 수 없다"며 "은행의 주요 고객인 소상인공 폐업이 늘고 있다. 지금처럼 저성장 경제에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2월 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앞에서 진행된 총파업 결의 대회.[사진 = 노조 제공]


◇ 신입직원만 연봉제, 해결점 찾아야

또 다른 쟁점은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임금이 동결되는 페이밴드(Pay Band)이다. 국민은행은 2014년 11월 이후 입행한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연봉제를 도입하는 것과 달리 현재 국민은행 등 대부분 은행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페이밴드가 적용된 신입행원만 사실상 연봉제로 전환된 셈이다.

사측은 이번에 페이밴드를 다른 직급으로 확대할 것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는 페이밴드 자체를 폐지해야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2014년 노사 합의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힘없는 신입행원들에게 페이밴드를 강제로 적용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노사 합의에 의해 신입행원들에게 페이밴드가 적용됐다"며 "이번에 페이밴드 직급을 확대하기 위해 협의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은 페이밴드를 직급별로 적용해 반발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직급별로 페이밴드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차장직급에만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다. 근무기간이 20년이 넘는 차장급 직원이 승진하지 못하면 연봉은 동결되는 구조다. 국민은행은 신입행원에게, 우리은행은 차장에게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페이밴드가 없다. 다만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된 구조상 완벽히 제도가 통일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오계택 연구위원은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신입행원에게만 페이밴드를 적용한 현실은 이해되지만 이중의 임금체계는 지속가능한 제도라기 보단 위기 탈피를 위한 극약처방"이라며 신입행원에만 책임을 지우는 페이밴드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향후 신입행원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서로 연대해 조직 전체의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노사 신뢰 무너졌다"

국민은행 노사는 이밖에 임금피크 집입시기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전 근무경력 인정기간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쟁점만으로 국민은행의 나홀로 파업을 설명하기 어렵다.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말 노사가 합의한 하나·외환은행 제도 통합안이 최근 직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지만 갈등이 국민은행처럼 심하지 않다. 업계는 국민은행의 파업 결정 배경에는 악화된 노사 간의 신뢰를 꼽고 있다.

노조가 사측의 성과급 지급기준 요구에 더 반발하는 이유도 경영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허인 행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최고의 성과에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노조는 지난해 국민은행은 사상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허 행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다. 단순한 성과급 지급 문제를 떠나 노사간 신뢰에 금이 간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7년 노조가 윤종규 KB금융 회장에 대해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는데 담당 부행장만 사임했다"며 "또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담당 인사 부장 직원들만 구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에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김남일 부행장 등 국민은행 경영진은 사내방송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며 "오해와 불신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어나가"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지난 2일 이후 사측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8일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실행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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