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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 국민은행장 "파국의 길 만큼은 피하자"

  • 2019.01.07(월) 17:10

노사 최종 협상중 담화문 발표
사측, 성과급 노조 요구 수용
페이밴드·임금피크는 협상 난항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국민은행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허인 국민은행장이 '이번 갈등을 대화가 아닌 파업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는 취지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7일 허 행장은 "이 갈등이 대화가 아닌,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서 풀어야만 하는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강하게 그건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 것 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대화의 불씨를 이어나갔다"며 "지금 이순간에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허 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시작으로 오는 8일 하루동안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허 행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선 "은행은 기존 이익배분(P/S) 방식이 아닌 '타행 사례를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보로금 지급을 이미 지난 12월에 제안했다"며 "이후 보로금에 시간외수당을 더한 300%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협상 초기에 성과급 지급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로 바꾸자는 제안에서 한발 물러 선 것이다. "2017년 수준의 기본금 300% 수준의 성과급 지급하라"는 노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허 행장은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임금이 동결되는 페이밴드(Pay Band)에 대해선 "앞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민은행은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페이밴드를 시행하고 있다. 사측은 이번에 페이밴드 대상을 확대하자고 요구한 반면 노조는 페이밴드 제도 자체를 없애자고 맞섰다. 결국 페이밴드에 대해선 최종 협상 직전까지 노사가 한발의 양보도 하지 않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는 "무기계약직(L0)직원의 대우 개선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논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사측은 무기계약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시 1년당 3개월만 근무경력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노조측은 전체 근무경력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허 행장은 "임금피크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은 고령화 시대와 정년연장에 대비하는 등 KB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B는 임금피크 대상 직원 수가 경쟁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라며 "또한 부점장과 팀원, 팀장급 직원의 임금피크 진입 시기 불일치로 일어나는 조직 내의 갈등은우려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팀장급과 팀원 등으로 이원화된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하나로 합치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진입시기를 일원화하면 임금피크 진입시기가 1~11개월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며 진입 시점을 56세로 1년 연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아래는 담화문 전문이다.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은행장 허 인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지난 2018년 한해 동안 최선을 다해 함께 노력해주신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총파업 하루 전인 오늘, 저는 누구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 매우 가슴이 아픕니다.

수많은 안타까운 목소리들을 저 또한 KB국민은행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듣고 또 들었습니다. 혹시나 극적인 타결 소식이 있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셨을 여러분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은행장으로서 누구보다 더한 좌절감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의 이 갈등이 대화가 아닌,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서 풀어야만 하는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강하게 그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바램을 잘 알고 있기에 은행은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대화’에 만전을 기해왔습니다. 우리 스스로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 것 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대화의 불씨를 이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모시는 고객을 위한 길이면서 직원 여러분을 지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KB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은행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간략히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은행은 기존 P/S방식이 아닌 ‘타행 사례를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보로금 지급을 이미 지난 12월에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더 나은 방안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페이밴드 논의 시작 및 임금피크 진입시기 일치와 함께 최종적으로 보로금에 시간외수당을 더한 300%를 제안하였습니다.

둘째, 페이밴드는 노동조합과 앞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페이밴드가 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페이밴드 확대를 제안했던 이유는 그 동안 여러분들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신 ‘소홀한 업무태도’로 동료 직원의 근로의욕까지 꺾고 있는’ 일부 극소수의 분들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대다수의 직원 여러분들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확히 강조 드립니다.

셋째, L0직원 분들의 대우 개선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논의를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은행은 L0직원의 승격 인원, 승격 비율, 승격 기준 등에서  꾸준히 개선해 왔고, 근무경력 인정 범위도 36개월에서 최대 60개월까지 확대한 바 있습니다. 은행은 이러한 관심과 노력을 향후에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마지막은 임금피크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KB는 임금피크 대상 직원 수가 경쟁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입니다. 또한 부점장과 팀원/팀장급 직원의 임금피크 진입 시기 불일치로 일어나는 조직 내의 갈등은우려할 수준입니다. 따라서 임금피크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은 고령화 시대와 곧 다가올 정년연장에 대비하는 등KB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KB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는 내부의 ‘반목과 갈등’으로 날로 거세지는 고객님의 질타와 싸늘해져만 가는 여론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일터’를 저버리고 소홀히 한다면 고객의 실망과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입니다. 파업으로 인해 우리의 고객이 경쟁은행의 품으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번 파업이 진정 우리 모두를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KB의 역사에는 노사간의 대화와 신뢰로 이루어낸 수 많은 성공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할‘자랑스러운 일터’를 훼손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게 해서는 안됩니다.

사랑하는 KB 가족 여러분, 고객님을 실망시키고, 다시 찾은 1등 은행의 자부심을 우리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정으로 은행과 직원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요?      

KB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입니다. 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용기와 결단만이 지금의 혼란 속에서 KB를 지키고,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혜로운 선택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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