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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금고지기 경쟁 왜 뿔났나

  • 2019.03.13(수) 17:02

공개입찰로 시중은행에 텃밭 내줘
"은행 규모·출연금 등 주요 잣대여서 불리"
행안부, 이달말 새 기준안 발표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23년간 2금고를 맡아온 광주은행이 최근 KB국민은행에 운영권을 넘겨줬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KB국민은행이 NH농협은행에 비해 3배가 넘는 출연금을 제시해 금고를 차지했다. 대구은행도 3년 전 안동시 금고를 신한은행에 내줬다. 지자체 45여곳이 올해 금고 지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부산은행 등 전국 6개 지방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를 위한 과당 출연금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방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선을 요구한 이유는 뭘까? 이는 최근 지역은행들이 금고 유치전에서 잇달아 시중은행에 자리를 내주며 지방은행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고은행 지정은 2012년부터 공개입찰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금고은행 지정을 공개 입찰로 바꾸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주로 ▲은행 신용도 ▲지역민의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예치금 금리 등을 살펴봤다. 이 때문에 지역 거점이 많은 농협은행과 지역은행들이 금고은행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

과거 실적 등을 주로 보던 평가 기준이 운영계획 위주로 바뀌면서 금고은행 진입 문턱이 낮아졌고 시중은행에도 기회가 생겼다.

현재는 기회를 넘어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시중은행들이 기존 수도권 중심이어서 지역금고에 관심이 없었지만 수도권도 포화되면서 유치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 금고는 ▲금융기관의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30점)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5점) ▲주민 이용 편리성(18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9점) ▲자치단체 자율항목(9점)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평가항목 6개 중에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중점으로 본다. 이 항목은 30점 만점으로 다른 항목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점수다. 이 항목에서는 '외부기관의 신용조사 상태'를 평가하는 게 10점을 차지한다.

이어 '주요 경영지표 현황'은 20점으로 총 합산해 30점이다. 경영지표는 ▲총자본비율(7점) ▲고정이하여신비율(7점) ▲자기자본이익율(6점) 등을 살핀다.

지방은행 노동조합 박내규 부위원장은 "지역주민들의 사회적 환원 평가보다는 신용평가기관의 평점이 높다"면서 "은행 규모가 주요 잣대여서 시중은행과 출발선이 같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9점)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 항목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실적이 어떤지,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계획 등을 평가한다. 은행 출연금·협력사업비 항목이 지역사회 기여 등에 포함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출연금·협력사업비에 지출하는 금액이 연간 억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월12일부터 올해 1월28일까지 출연금·협력사업비로 지출한 금액은 538억7800만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31일부터 올해 1월24일까지 1년간 출연금·협력사업비로 315억8200만원을 지출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항목이 있지만 출연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다시피 하는 현 평가 항목을 없애고 지방은행을 배려하는 금고지정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민의 부담으로 조성된 지역 공공자금이 다시 역외로 유출돼 자금 혈맥이 막힌 지방은행은 경제 선순환 역할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지방경제는 더욱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은행들은 과당경쟁 방지 위한 정책적인 배려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은행들은 "금고유치 경쟁이 과다한 출연금을 무기로 지방 기초자치단체 금고까지 무리하게 공략, 유치하고 있다"며 "지방은행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입장을 내놓기가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2금고, 광명시 2금고 맡고 있다"며 "지방은행과 대치될만한 이슈가 없는 상태라서 입장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지자체 45곳 정도가 금고 운영권 입찰을 앞두고 있다. 금고은행에 지정되면 통상 2~3년 정도 운영권이 주어진다.

지역별로는 ▲경기 NH농협은행 12곳 ▲강원 NH농협은행 15·신한은행 3곳 ▲경남 NH농협은행 21·경남은행 14곳 ▲경북 NH농협은행 27·국민은행 3·대구은행 8곳 ▲광주 광주은행 9·국민은행 1곳 ▲대구 NH농협은행 2·대구은행 4곳 ▲부산 NH농협은행 1·부산은행 2곳 ▲울산 NH농협은행 14·경남은행 3곳 ▲전북 NH농협은행 12·국민은행 2·전북은행 10곳 ▲전남 NH농협은행 13·광주은행 4·기업은행 2곳 ▲충남 KEB하나은행 5·NH농협은행 14곳 ▲충북 NH농협은행 1·신한은행 3곳 등이 오는 12월31일자로 계약이 만료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달말쯤 새롭게 마련한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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