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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수조원 증가 우려"…생보, '책임준비금 적립' 연기 요청

  • 2019.05.17(금) 16:20

금감원에 'LAT 1년 연기·할인율 산정방식 재검토' 건의
"할인율 하락-부채 증가-자본확충 부담" 우려
한화생명 등 위기감..금감원 "실제 영향 점검해 판단할 것"

생명보험업계가 '책임준비금(보험부채) 적정성 평가제도(LAT)'에 대한 시행 연기와 이에 적용하는 할인율(이자율)을 완화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새로운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2022년으로 1년 유예된 가운데 이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당국에서 도입한 LAT 역시 1년 연기하거나 적용 할인율을 재점검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된 LAT제도로 인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보사들이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생보업계 "LAT 1년 순연, 할인율도 다시 따져봐야"
 
17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는 지난 3월 협회를 통해 LAT 할인율을 2018년 수준으로 1년간 유예하고 할인율 산출기준 등을 재점검해 완화해달라는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건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AT평가액이 책임준비금보다 낮아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 금리영향으로 할인율이 낮아지는 등 강화되는 LAT기준을 적용할 경우 LAT평가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익잉여금이 충분치 않은 회사들의 경우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할인율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금리 가운데 10년물 국고채 등의 경우 올해초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여서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적용되는 할인율이 최대 40bp(1bp=0.01%)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할인율 10bp당 LAT 준비금 변동성이 조원 단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마다 변동성(민감도)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10bp 당 2조5000억원, 한화생명은 1조2000억원의 변동성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즉 협회가 예상한 할인율만큼 낮아질 경우 삼성생명은 10조원, 한화생명은 4조8000억원 가량 준비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회사별로 변동성 영향은 다르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10bp당 변동성(부채증가량)이 7조~8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익잉여금 등 여력이 있는 삼성생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부채증가에 따른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화생명, 실적악화·잉여금 낮아 위기감 고조 

실제 한화생명의 경우 위험신호가 켜지고 있다.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말 LAT 결손에 따른 대규모 부채적립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말 기준 한화생명의 LAT잉여액(책임준비금에서 LAT평가액을 뺀 금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이라며 "올해 할인율 변동 적용 감안시 15~25bp의 할인율 하락이 예상되는데, 한화생명이 추정한 할인율 10bp당 LAT 민감도 약 1조2000억원 감안시 LAT 결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환경 변화를 제외하면 단기적으로 회사 자체적인 대응 방안은 제한적이어서 부채증가시 자본확충 우려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한화생명의 LAT 평가금액은 67조3902억원 규모로 책임준비금으로 쌓아놓은 68조58014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즉 책임준비금에서 LAT평가액을 뺀 잉여액이 1조1900억원 정도인데, 만약 올해말 할인율이 실제 40bp 낮아질 경우 LAT평가액이 4조8000억원 가량 늘어나 잉여액을 넘어서 결손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결손이 3조6000억원 수준에 달하는데, 2018년말 기준 한화생명의 이익잉여금이 3조3000억원 수준이어서 이익잉여금으로 메운다 해도 3000억원의 보험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당장 연내 3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회계상 소급법 적용으로 올해말 기준으로 바뀐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뿐 아니라 전년도에도 바뀐 할인율을 적용해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한화생명은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LAT 결손 우려에 따른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계약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들의 경우 변동성은 낮아지지만 준비금이나 이익잉여금 여력이 낮은 만큼 부채증가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할인율 변동에 따른 부채변동성이 매우 큰데 증자의 경우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의 문제로 사실상 어렵고 후순위채 발행도 한계가 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이자 부담이 크고 헷지 문제도 있어 사실상 답이 없다"며 "LAT가 IFRS17 및 K-ICS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이로 인한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금감원 "각사 영향분석 후 적용 수준 검토" 

이 같은 업계 요청에 금감원은 지난 4월 각 보험사로부터 할인율 변동에 따른 LAT평가액 등을 전달받아 영향분석과 적용 수준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는 현재 부채규모가 IFRS17 도입에 비해 과도하다는 입장"이라며 "실제 그러한지 따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쟁점은 업계 역시 결산시스템 등의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고 세부사항이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정치를 가지고 논해야한다는 점"이라며 "부채 증가 규모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우선 살펴보고 업계가 요청한 1년 연기, 할인율 산출방식 완화, 혹은 다른 제3의 방안 등이 있을 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국은 실제 영향이 예상한 것만큼 크지 않을 경우 원래의 스케쥴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보험업계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될 경우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하반기 규정개정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할인율이란

보험회사는 장래의 보험금 지급을 대비해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적립해 둔다. 보험료 납입시점과 보험금 지급시점에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보험회사는 적립된 돈을 운용할 수 있으므로 운용에 따라 기대되는 수익을 미리 예상해 일정한 비율로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즉 받은 보험료 가운데 '예정이율'로 부리해 차후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기준으로 현재 시점에 필요한 보험금을 계산할때 이자율을 '할인율'이라고 한다.

위의 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할인율이 3.5%인 경우 10년후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해야할 때 보험사는 현재 부채(지급할 보험금)로 7089만원을 책임준비금으로 쌓아두면 된다. 그러나 금리하락으로 할인율이 3.0%로 떨어지게 되면 10년 뒤 1억원을 만들기까지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부채가 7440만원으로 늘어나고 보험사는 351만원을 더 쌓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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