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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무엇으로 사나]①간편결제 '적과의 동침'

  • 2019.11.26(화) 17:22

간편결제 급성장 불구 카드 승인실적 개선
간편결제 80% 이상 신용카드 연계 결제
카드 후불·할부 강점+간편결제 '윈-윈' 모색

위기는 기회다. 요즘 신용카드사들이 곱씹는 말이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핵심인 신용부문 사업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성장사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어디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는 결제시장이다. 그동안 신용카드는 결제수단의 '왕'이었다.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얇은 플라스틱 플레이트 한장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거추장스럽다. 각종 페이(간편결제)의 등장이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인터넷·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카드없는 결제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카드 시대가 끝나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카드는 '신용공여'가 가능한 유일한 결제수단이다. 이 때문에 간편결제가 신용카드와 동행을 모색하고 있다.

◇ 간편결제시장, 2년여만에 3배로 성장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간편결제서비스 50종을 통해 결제된 금액은 총 80조1453억원이다. 2016년 26조8808억원에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전업계 카드사는 7곳뿐이지만 페이서비스를 하는 간편결제 업체는 40곳이 넘는다. 기술의 발달로 각자 니즈에 맞는 결제수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와 LG페이 등은 계열사의 스마트폰 판매촉진을 위해 나온 서비스이고 SSG PAY와 11페이, 스마일페이 등은 유통업체의 비용절감을 위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은 각자 보유한 포털서비스 영향력 확대가 목적이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카드결제를 위해 이미 전국에 깔려 있는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드는 밴사(부가통신사업자)와 밴대리점, 그리고 가맹점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결제가 진행된다. 정보와 결제대금이 오가는 과정에서 가맹점수수료 등이 발생하고 이는 카드업계의 핵심 수익이다.

하지만 간편결제는 기존 카드 네트워크에서 발생되던 수수료를 없애는 것이 주된 개발 이유다. 서울시가 주도한 제로페이의 경우 아예 수수료를 '제로'로 만들겠다며 독자적인 결제구조를 표방했다.

제로페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간편결제는 직불결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해당 페이에 현금을 충전해 두었다가 이를 통해 결제하거나, 기존 은행계좌를 연동해 두고 결제가 발생할때 돈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카드 네트워크의 밴대리점이 하는 역할을 간편결제 업체가 직접 해버리고, 매출전표 수거 등의 업무가 없어 수수료가 카드결제에 비해 적다.

◇ 카드와 손잡는 페이서비스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수수료를 없애고 기존 카드를 대체할 새로운 결제수단이 되겠다던 각종 페이들은 실제로는 카드사가 없다면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간편결제의 80% 이상은 신용카드와 연계된 결제다. 계좌연동 기능이나 충전식 선불결제 방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페이서비스 출범당시와 달리 지금은 간편결제 앱에 신용카드를 연동시켜 결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기존 카드결제와는 달리 관련 업무가 없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밴대리점에 줘야 하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간편결제 업체에 수수료가 나가긴 하지만 기존 밴수수료에 비하면 저렴하다.

결제시장의 수수료 발생에 대해 부정적인 금융당국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은행계좌에 직접 연동되는 방식을 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페이서비스들은 결국 카드사와 손잡고 있다.

삼성페이의 경우 계열사인 삼성카드와 연동혜택이 크다보니 90% 이상의 결제가 카드연동결제다. 네이버페이와 이베이가 서비스하는 스마일페이도 카드연동 비중이 90%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결제보다는 송금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발했고, 계열사 중에 카카오뱅크가 있어 은행계좌 연동 결제 비중이 50% 수준에 이른다.

페이코는 다른 페이서비스와 연동까지 지원할 정도로 다양한 연동을 주무기로 하면서 70% 이상이 신용카드 연동 결제다.

결국 각종 페이서비스는 신용카드 라이벌이 되기보다는 신용카드의 결제 편의성을 도와주고 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간편결제에서 카드를 연결해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 카드승인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이라며 "간편결제의 결제 편의성이 개선돼 신용카드 결제금액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카드사, 후불·할부 강점 내세워 페이와 윈-윈 모색

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던 간편결제서비스가 오히려 신용카드와 손을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용카드만이 신용공여가 가능한 결제수단이기 때문이다. 당장 계좌에 돈이 없어도 후불로 물건을 살 수 있고, 비싼 물건이라면 할부로 나눠 결제할 수 있는 것은 신용카드만이 가진 신용공여 기능이다.

이미 한국은 고가의 자동차까지 신용카드로 결제가능한 인프라가 깔려있다. 후불은 물론 60개월 할부까지 가능할 정도로 카드사들의 신용도도 높다. 이를 바탕으로 신용공여 기능이 크게 발달했다.

페이류에 신용공여를 허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당국은 간편결제서비스에 월 30만원 가량의 소액 신용공여 기능을 부여하려고 올해초부터 논의 중이지만 진전은 없다.

개다가 이미 신용카드 보급률이 다른 결제수단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카드와 페이의 동행 이유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30~50대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90%가 넘는다. 새로운 결제수단이 나오더라도 기존 결제수단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간편결제사업자 입장에서 신용카드와 제휴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유리하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간편결제를 통한 카드결제가 많아질수록 여전히 이익이다. 역할이 사라지는 밴대리점 수수료는 줄어들고 간편결제업체가 경유하는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에 주는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가맹점으로부터 직접 받던 가맹점수수료는 PG수수료에 포함해 받으면 되기 때문에 수수료율 협상과정도 간단해진다.

카드업계에서도 간편결제시장을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민지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카드사를 중심으로 밴사와 PG, 가맹점, 회원이 협력해 동반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수료 등의 이유로 결제시장 내 갈등요소가 있긴 하지만 동반성장을 위해 구성원 전원이 상생하는 관계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우리도 페이를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많은데 사실 잘 되지는 않았다"며 "최근에는 간편결제를 직접 하기보다는 기존 간편결제 업체들과의 다양한 협업기회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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