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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배구조 2020]6년전 홍역 치른 KB이사회 "면역력 높여라"

  • 2020.03.13(금) 10:42

2014년 경영진 갈등 후 이사회 전면개편
CEO만큼 깐깐한 사외이사 선임 절차
올 주총, ESG위원회 신설…사회적책임 강화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는 매년 어떤 기업보다 주목받는다. 지배구조 때문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특별한데 명확한 대주주가 없어 금융 지배구조 리스크는 곧 경제 리스크로 인식된다. 올해 정기주총을 앞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와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 [편집자]

이사회 오더(지시)를 이행하지 못한 분들은 경질 대상이 됐다. 모 부행장은 이사회 때문에 돈 벌기 힘들다고 푸념하더라. 어쩔 수 없다.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없이는 존경받는 금융회사도 있을 수 없다.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5년간의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내려놓는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사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그는 리스크관리위원장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 등을 맡아 KB금융의 속사정을 잘아는 인물로 꼽힌다.

70대 노인이나 투자경험이 없는 가정주부 등에게 자세한 설명없이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판매해 물의를 빚은 DLF 사태 등에서 KB금융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이사회 중심의 깐깐한 리스크관리 덕분이라고 박 위원은 설명했다.

실제로 그룹의 간판인 KB국민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7%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러면서도 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51%(희망퇴직 등 특이요인 제외)로 금융지주 톱을 차지했다. 건전성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KB금융은 이사회 멤버 9명 중 7명이 사외이사다. 그런만큼 사외이사의 입김이 세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를 갖춘 건 아니다.

6년전인 2014년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다툼이 벌어졌을 때 경영진 견제의 책임을 진 이사회가 수수방관해 이른바 'KB사태'를 불렀다는 책임론이 일었다. 이로 인해 회장과 행장뿐 아니라 이듬해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가 전원 교체됐다.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확 바뀐 것이다. 새로운 인물 충원과 함께 이사회 구성방식과 운영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왔다.

KB금융은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외선자문위원 평가 및 평판조회→사추위 검토' 등 3단계를 거쳐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한다.

먼저 6개월에 한번씩 100명 안팎으로 사외이사가 될 만한 인재풀을 꾸려 언제든 주주총회에 추천할 준비를 한다. 부랴부랴 후보를 찾고 자격요건을 검증하느라 법석을 떨 필요없이 필요할때 가장 적합한 인물을 골라쓰면 된다.

인재풀에 이름을 올린 건 시작에 불과하다. KB금융은 외부 전문가의 정량평가와 평판조회를 실시한다. 여기에서 통과하면 이후 사추위의 최종 자격검증을 거쳐 후보가 되는 식이다. 함량미달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겹겹이 거름망을 쳤다.

올해 주총에는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교수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됐다. 인재풀 101명 중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후보다. 이를 위해 KB금융 사추위는 지난해 총 8번의 회의를 열었다. 신한금융(7회), 하나금융(3회), 우리금융(1회)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보다 더 자주 머리를 맞댔다.

특히 KB금융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제도(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를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당시 금융지주회사법상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의 0.25% 이상을 확보토록 했는데 KB금융은 이 같은 문턱을 대폭 낮춰 사외이사를 뽑았다.

김유니스경희(장하성 추천)·이병남(경제개혁연대 추천)·박재하(신상훈 추천)·최명희(APG에셋매니지먼트 추천) 등 전현직 사외이사들이 이 같은 추천제도로 이사회에 입성한 케이스다. 지난해 '주주 추천 공모제'를 도입한 신한금융지주보다 4년 빨리 시작해 뿌리를 내렸다.

금융회사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중요한 건 지배주주, 곧 오너가 없어 다른 어느 분야보다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0년 신한사태와 2014년 KB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기는 커녕 거수기 역할에 머물다보니 주주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KB금융도 한차례 홍역을 앓고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권력관계에 변화를 줬다.

현재 상임이사인 윤종규 회장은 이사회 내 7개 위원회 중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장만 맡고 나머지는 사외이사들이 위원장을 하고 있다. 비상임이사인 허인 KB국민은행장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으로만 활동한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허 행장도 이번 주총을 통해 임기가 올해 11월로 맞춰지게 된다.

무엇보다 KB금융은 사추위를 사외이사만 맡도록 규정에 못박아놨다. 경영진의 자기사람 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우리·하나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도 사추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지만, KB금융처럼 규정에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회장 유고시 직무대행 순서를 이사회 규정에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것도 KB금융만의 특징이다. 박 위원은 "사외이사와 최고경영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실천해온 게 지금의 이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이사회 내 'ESG(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직접 그룹의 ESG 경영을 챙긴다는 의미"라며 "실질적이고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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