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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장 지원 발벗고 나선 교보생명, 실효성 있을까?

  • 2020.04.01(수) 16:57

美회계감독위에 딜로이트안진 고발…"풋옵션 과대평가"
가치산정 문제 공식화 의도…중재 영향은 못미칠수도

교보생명이 재무적 투자자(FI)와 풋옵션 행사 관련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창재 회장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FI의 풋옵션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딜로이트안진)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한 것.

신 회장과 FI간 벌이는 중재소송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되는데, 실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31일 사업보고서에 회사의 영업손실 최소화를 위한 검토사항으로 '딜로이트안진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평가업무 기준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그동안은 신 회장과 FI간 중재소송이 주주간 분쟁이라는 점에서 회사차원에서 나서기 어려웠지만 분쟁으로 인해 지배구조변경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공시의무 대상에 해당된다는 감독당국 지침에 따라 회사차원의 공식대응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어피니티컨소시엄 등으로 구성된 FI는 지난 2012년 신 회장과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하고 교보생명 지분 24%를 약 1조2054억원에 인수했으며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받았다. 이후 기한을 넘겨도 IPO가 진행되지 않자 FI는 2018년 10월 23일 풋옵션을 행사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출한 가격은 주당 40만9912원으로 약 2조원 규모다. 교보생명이 2018년 11월 IPO를 준비하며 산출한 공모가 대비 두배가 넘는 수준으로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지난해 3월부터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 중재소송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측은 "주주간 분쟁 장기화로 회사 평판이 저하되고 경영안정성이 침해돼 유·무형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발생의 근본적 원인이 딜로이트안진의 공정시장가치(FMV) 산출 문제에 있다고 판단했고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고발조치 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평가업무 기준 위반 근거로 "FI의 풋옵션 행사일이 2018년 10월 23일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시점이 아닌 유사기업의 주가가 고점을 형성한 2018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해 직전 1년간을 주가 산출기간으로 적용해 풋옵션 행사가격이 과대평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규정) 시행세칙 제7조 2항에는 주식가치 평가에 있어 유사회사의 주가는 분석기준일 전일부터 한달간의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하고 전일종가를 상회할 경우 더 낮은 가액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보수적으로 가치평가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딜로이트안진에서는 통상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이는 선관주의 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상 교보생명이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한 '평가업무 기준'의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고발조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치산정 평가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주관적 평가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교보생명이 예로 든 '증발공 규정' 역시 신규증권 발행이나 IPO(기업공개)시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에 비상장회사인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격 산정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계업계 전문가는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은 매우 다양해 특정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FI가 딜로이트안진과 계약관계에서 평가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어 PCAOB에서 이를 문제로 제재조치를 내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와 미국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회사가 PCAOB에 이같은 사안으로 고발조치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PCAOB가 움직일지도 의문이지만 교보생명의 이번 조치가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딜로이트안진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딜로이트 안진 관계자는 "교보생명으로부터 고발과 관련해 사전에 별도의 통지를 받은 바 없고 기사화 된 이후에도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들을 확인해 봐야 하는 상황"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FI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전문가 기준에 부합하도록 주식가치 산정업무를 수행했고 우리는 고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내에서도 이번 고발조치가 제재로 이어지거나 이를 통해 중재소송에 영향을 미칠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딜로이트안진의 풋옵션 가격 산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목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과징금까지는 아니어도 견책, 경고 수준의 잘못을 지적하는 수준의 징계는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징계를 받는다고해서 회사의 피해가 보상되거나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딜로이트안진이 가치산정에 있어 비합리적 방법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과 FI간 중재소송은 당초 올해 상반기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졌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늦춰지면서 오는 9월 첫 대면변론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CAOB 고발대상(딜로이트안진)과 중재소송 대상(FI)이 다른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하더라도 공인된 기관에서 풋옵션 가격 산정기준이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유리한 패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 준비를 마쳤으며 곧 소장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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