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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첨병들]위폐감별, 1초만에 가능한 비결

  • 2020.09.22(화) 14:08

박행운 더코더 대표 인터뷰
사물에 데이터 심어 진위식별

눈 앞에서 미국 1달러 화폐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비추자 휴대전화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이 위폐인지 아닌지 1초 만에 구별해냈다. 통상 위폐를 구분하기 위해 정밀한 기계로 감별하는 것과는 다른 위폐 감별 시연장면이었다. 박행운 대표가 이끄는 더코더의 신기술이 널리 쓰일 때 달라질 풍경 중 한 장면이다.

21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 더코더 사무실에서 만난 박행운 대표는 '사물에 데이터를 입힌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에 도전했다. /사진=이경남 기자 lkn@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박행운 더코더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명함 귀퉁이를 살짝 찢어냈다. 이후 찢어낸 명함 조각을 박 대표의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로 비추자 휴대전화에는 명함에 새겨진 온전한 정보가 나열됐다.

이번에는 화장품 모델의 포스터를 휴대전화로 찍었다. 자세히 보니 모델의 눈이다. 휴대전화에는 이 모델이 눈 화장을 할 때 쓴 화장품 정보가 표기됐다. 머리카락을 비추니 염색약이 안내된다. 책상에 놓여있던 인형의 눈을 찍으니 해당 인형이 주인공으로 나온 애니메이션이 휴대전화에서 재생됐다.

비결은 더코더가 개발한 기술을 해당 사물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더코더는 사물에 데이터를 입히고 읽어들이는 회사다. 바코드나 QR코드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지만 더코더는 사람 눈에 보이지는 않는 식으로 데이터를 심는다.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핵심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박 대표는 "미세한 점(닷) 형식의 데이터를 사물에 입혀 이를 전용 앱으로 읽는 방식으로 사물을 식별, 사물에 어떠한 데이터가 담겨있는지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컴퓨터가 사물 추정에 걸리는 연산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게 이 기술의 강점"이라며 "데이터를 심는 사물이 많아질 수록 활용폭이 더욱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애초 이 기술을 명품이나 화장품 보증서 등에 적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보안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했다. 사물에 데이터를 직접 인쇄하는 새로운 방식이 사용되기 때문에 아무리 정밀한 복사과정을 거쳐도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애초 구상과 달리 시장에서는 우리의 서비스를 보안쪽에 활용하고자 하는 요구가 많았다. 보안의 틀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연준의 몇몇 회원은행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폐에 더코더의 기술을 접목하면 위변조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의가 결실을 맺으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K보안'이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

박 대표는 "달러 인쇄 과정에서 데이터를 식별하기 위한 단 한번의 인쇄과정만 거치면 이를 인지할 수 있는 단말기에서는 언제든 위폐를 감별할 수 있다"며 "위폐가 많이 발행되는 다른 국가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금과 은, 수표 등에 더코더의 기술을 넣어 유통흐름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고 시장에 검증되지 않은 자산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는 방향이 추진되고 있다. 그는 "화폐 뿐만 아니라 정품이나 가품의 구별이 힘든 명품상품, 위변조 여부가 중요한 신분증, 학위증명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러브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더코더의 기술력을 눈여겨봤다. 이미 34개 가량의 특허를 보유했고 보안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국가기술표준원이 선정하는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신기술)인증을 받았다. 코스닥시장 상장이 가능한 기술특례상장 요건도 갖춰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보안은 훔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끝없는 싸움"이라며 "하지만 다른 틀에서 바라보면서 보안의 장르를 바꿔놓으면 훔치려는 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고 지키려는 자는 더욱 수월한 보안이 가능하다"며 더코더의 보안 기술을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모든 사물에 데이터를 심는 것이다. 박 대표는 "모든 사물에 데이터를 심어 만물이 똑똑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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