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동양생명, 메리츠화재 등 상장 보험사들이 1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투자의견이 하향조정되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최근 기대감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거나 대규모로 배당이 삭감된 것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한금융투자는 메리츠화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단기매수(Trading BUY)'로 하향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특히 KB증권은 이례적으로 '매도' 의견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0.9% 내렸다.
메리츠화재가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21.1% 증가한 13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음에도 증권사들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낸 것은 배당 감소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해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는 지난 14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중기 주주 환원정책을 발표했다.
그간 메리츠금융 3사는 공격적인 배당정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바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35% 수준을 보였다. 이번 대규모 배당 컷에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요인은 아니지만 과거 높은 배당수익률이 메리츠화재의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수급 측면의 불확실성 역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배당성향 하락은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의 규모 및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율 하락 우려 및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온 당일(17일) 메리츠화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7% 하락한 1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4일에는 DB금융투자가 한화생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Hold)'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시장수익률 하회)'으로 하향시켰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한화생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는데,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 관련 금리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3일 한화생명의 주가는 종가 기준 4215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06.1% 증가한 1942억원을 기록한 것도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4000원 내외 수준 주가는 국고채 10년물 기준 2.7% 내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 4차례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기대감 반영이 너무 빠르다고 봐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다"라고 진단했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한화생명 역시 주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14일(-6.29%), 17일(-3.54%) 이틀간 하락한 주가는 이날에서야 1.18% 상승 전환했다.
동양생명도 깜짝 실적에도 투자의견이 하향됐다. 동양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7.4% 늘어난 1065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지난 13일 하나금융투자는 동양생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금리 모멘텀이 급격히 반영된 가운데 주가 상승세가 그보다 빨라 현재가와 괴리율이 축소돼 투자의견은 하향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