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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험사 RBC 점검…자본확충 '발등의 불'

  • 2021.05.21(금) 13:04

시장금리 상승에 보험사 RBC 무더기 하락
현대해상·KB손보 등 대형사도 200% 미만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점검에 나섰다. 보험사들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무더기로 RBC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도 앞두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더 꼼꼼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보험사 RBC 하락 점검

2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회사 직통 자료제출시스템인 CPC(Central Point of Contact)를 통해 올해 3월 말 기준 RBC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RBC 변동원인 및 세부변동 내역은 물론 자본확충 계획 및 후순위 채무액 현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체크리스트도 주문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분기마다 집계하는 수치로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RBC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따지는 지표다. 가령 RBC가 200%라면 보험사고가 한꺼번에 터져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두 번 연속 닥쳐도 파산하지 않을 만큼의 자본을 쌓았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RBC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보험사에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등의 조치를 내린다. 현재 회계기준으로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는데 오는 2023년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최소 180~19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전체 보험사들의 평균 RBC는 275.1%로 양호한 편이다. 다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업계 평균은 물론 권고 기준을 밑돌고 있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가 297.3%로 234.2%인 손보사보다 60%포인트가량 높다.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올해 더 가팔라

문제는 보험사들의 RBC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생보사와 손보사의 작년 3분기 RBC는 각각 303.4%와 247.7%로 4분기 수치를 웃돌았다.

특히 올해 들어 RBC 하락세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아직 전체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 말 현재 상장 보험사들의 RBC를 살펴보면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RBC는 332%로 지난해 말 353%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2위사인 한화생명의 RBC는 205%로 작년 말과 비교해 33%포인트나 떨어졌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올 1분기 RBC가 285.2%로 300%대가 무너졌다. 현대해상은 177.6%, KB손보은 163.8% 등으로 권고 수준인 150%를 소폭 웃도는데 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들의 RBC까지 권고 비율 수준까진 떨어진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사들의 RBC 하락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채권 평가이익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일부 보험사들이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실질적인 자본 확충이 아니라 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하는 방법으로 RBC를 끌어올렸다가 지난해 9월부터 금리가 오르자 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은 곧바로 채권평가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1.713%에서 올 1분기 말 2.057%로 34.4bp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1.823%에서 2.150bp로 32.7bp 올랐다.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확충

그러자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 사옥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해상(3500억원)과 △KB손보(3790억원) △메리츠화재(2100억원) △미래에셋생명(3000억원) △DGB생명(500억원) 등이 이미 대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롯데손보의 경우 지난 3월 캡스톤자산운용과 서울 중구 본사 사옥의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매각 후 임차)' 계약을 체결해 224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하고 있지만 3월 말 이후에도 추가 유상증자, 신종 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RBC 하락과 상승 요인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면서 "RBC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보험사들엔 자본확충을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부동산과 항공기 등 해외 대체투자에서 작년 9월 기준 19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되자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CPC를 통해 2016년~2020년 말 기준 해외 유가증권 투자현황과 보험약관대출 등 보험사 연령별 대출 및 연체 현황 등을 파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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