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면서 2억원을 대출받은 직장인 A씨는 최근 생각이 많아졌다. 올해와 내년에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다는 뉴스 때문이다. A씨는 만기 30년, 연 2.5%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월 원리금으로 79만원씩 갚고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걱정이 태산이다.
대출금리 갑자기 쑥 오르면 어쩌지?
A씨와 같은 차주의 걱정을 덜 수 있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오늘부터 시중은행에서 판매된다. 시장금리가 올라도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 변동금리 상품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여서 별도 심사 없이 간단히 가입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5일부터 전국 15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씨티·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수협)에서 '금리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담대' 상품을 판매한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시장금리가 올라도 5년간 금리상승폭을 2%포인트, 연간 상승폭을 0.75%포인트로 제한할 수 있다. 기존 대출금리에 연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어 기존 대출보다는 이자가 높아질 수 있지만 특약 형태여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해지 시 별도 페널티가 없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위의 주도로 2019년 처음 선보였는데 출시 후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에 금리상승형 주담대의 조건을 개선해 차주의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금리 상한폭을 기존 1%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25bp(1bp=0.01%p) 낮췄고, 은행의 의무 운영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만약 A씨가 금리상한형 주담대 특약을 가입할 경우 1년 후에 금리가 2%포인트 올라도 기존 변동금리 2.5%에 가산금리 0.15%, 상한금리 0.75%를 더해 3.4%의 금리만 적용받을 수 있다. 월 상환금액은 88만4000원이다.
반면 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4.5%의 금리를 적용받아 매월 100만6000원을 내야 한다. 매달 12만20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매달 갚는 원리금 그대로 유지하려면
매달 갚는 원리금이 더 늘어나는 게 부담이라면 '월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도 선택할 수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늘어나면 원금을 줄여 매달 내는 원리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변동금리 대출보다 0.2~0.3%포인트정도 금리가 높긴 하지만 10년간 월상환액 증가폭을 2%포인트, 연간 1%포인트로 제한할 수 있어 장기상환을 계획 중인 차주에게 유리하다.
다만 월상환액 고정기간은 10년으로 이후 일반 변동금리로 전환하거나 월상환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 10년 뒤 잔여원금 기준으로 월 상환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A씨가 월상환액 고정형 상품으로 대환대출을 했다면 금리가 0.2%포인트 더해져 2.7%의 금리로 10년간 매월 81만 1000원을 갚게 된다. 금리가 하락해도 10년간 매월 갚는 금액이 같아 원금상환이 빨라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유리?
물론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해 대출 시기를 잘 따져봐야 한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통상 변동금리보다 0.3~0.4%포인트 금리가 높아 금리상한형이나 월상환액 고정형 가산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향후 금리가 내려갈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리 상승 시그널이 있는 만큼 특약 형태로 언제든 이전으로 돌릴 수 있고 별도 페널티도 없는 금리상한형을 선택할만하다"면서 "대출 시기나 상환 능력을 따져보고 지금 내는 이자도 버겁다면 월상환액 고정형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통위가 흥행 '키'
한국은행이 결국 금리상한형 주담대 흥행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은 앞서 올 하반기 1~2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상 시그널이 강했던 4~5월쯤에 상품이 나왔다면 아마 굉장히 흥행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