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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운동장' 강조한 금융당국, 은행 기회올까?

  • 2022.02.04(금) 11:42

은행 "규제 완화로 사업 기회" 요구
당국, 금융‧테크기업에 당근과 채찍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지속적인 요구였던 '기울어진 운동장' 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된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은 금융권은 경쟁자들의 자유로운 사업 활동을 바라만 봐야 했다. 동시에 비금융 사업으로의 확장 등 활동영역에는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하며 금융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금융의 오랜 숙원 '규제 완화'

금융중개가 핵심인 금융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 강도가 세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안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불허(positive, 포지티브 금융규제)하는 방식이어서 금융권은 금융외 신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 디지털화와 함께 IT기술을 바탕으로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금융권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과는 차별화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금융사들은 비금융사업 등 신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빅테크 기업의 등장은 금융사들에게 커다란 위협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금융혁신 8대 과제'에서 "기존 금융사들은 고객 확보 측면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에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가 고객 접점을 장악하면 기존 금융사들은 금융상품 하청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2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데이터경쟁력 강화를 어렵게 만드는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금융의 비금융 진출이나 마이데이터 제도 등을 개선해야 앞으로 공정한 경쟁 기반에서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은행연합회장이 '넷플릭스' 부러워한 이유는?(1월26일)

'평평한 운동장'에 숨은 의미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강조하며 금융권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더뎠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은보 금감원장이 금융플랫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테크기업과 금융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정은보, 빅테크·금융사에 '확대 균형' 강조(1월26일) 

관심 사안은 빅테크 규제와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다. 금융업계에선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라이선스 의무화를 비롯한 맞춤형 감독체계가 어떤 식으로 도입될지 주목하고 있다. 빅테크가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 등은 기존 금융규제 체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금융규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은보 금감원장은 일본의 금융서비스 중개업을 거론했다. 이는 빅테크에게 금융중개 사업면허 취득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금융서비스 중개업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업권별로 나뉜 중개업 등록을 단일 사업면허 취득으로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금융서비스 중개업자는 고도의 전문적 설명을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 취급은 제한되고, 소비자 피해 발생시 직접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보증금 공탁의무나 배상책임보험 계약 가입, 업권별로 지정된 분쟁해결기관과의 업무계약 체결 의무 등도 주어진다.

동시에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사업 진출이 이전보다 활발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금감원은 금융사 부수업무 확대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테스트 지원 등 금융의 신사업 진출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빅테크(플랫폼)는 유통과 통신, 배달 등 다양한 사업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반해 은행은 현 규제 안에선 비금융 사업 진출이 어려워 금융권 주도 데이터 혁신이 어렵다"라며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업 전반이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긍정적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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