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또 한 번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최근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조이기까지 더해 주가가 하락하자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이 지난 1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5일 밝혔다. 손 회장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 수는 11만8127주로 늘었다.
맥 못추는 금융지주 주가
최근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금리상승기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 대장주 KB금융지주 주가가 장중 4만68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5일에는 전일에 비해 다소 회복됐지만 올해 1분기에 비해서는 낮아진 상태다. 이날 기준 KB금융지주는 4만7300원, 신한금융지주는 3만7300원, 하나금융지주는 3만8950원, 우리금융지주는 1만190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3월에 비해 약 3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현상은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업황 악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보고있다.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자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핵심영업인 대출사업에 대한 제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규제 도입 등으로 호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란 이유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을 향해 "이자장사를 한다"고 경고하면서 적극적인 영업을 펴기도 어려워졌다. 이 원장의 경고이후 주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소상공인 대출 등의 금리를 연이어 인하했다.
이와 관련해 최정욱 하나증권 팀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대내적으로도 규제리스크가 계속 부각되면서 은행주가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담긴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손태승 회장, 자사주 매입으로 돌파구 마련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것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주가가 하락하자 곧장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부양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손 회장은 과거 우리은행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가 돌면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2018년 우리은행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사주를 매입한 횟수는 총 19번으로 금융권 CEO중 가장 활발하게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CEO가 자사주를 매입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치는 것은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태승 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함께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우리금융지주의 성장성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 회장은 코로나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싱가포르, 뉴욕, 보스턴 등을 연이어 방문하며 해외IR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우리금융의 재무 성과, 미래 성장전략에 관심과 기대를 표시했다"며 "올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확대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외 투자자 저변 확대를 위한 행보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