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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강석훈호 항로는]②'구조조정 재벌' 오명 벗을까

  • 2022.08.04(목) 06:11

대우조선·아시아나·쌍용차 등 '0순위 현안'
실패사례 쌓이자 기업정상화 기능 축소론도

KDB산업은행 강석훈호 출범 한 달이 지났다. 직면한 과제가 산적한 만큼 강 회장의 정책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관심은 조선업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 방안과 본점 부산 이전 등이다. 전임 이동걸 회장과 어떤 차별점을 갖고 산업은행을 이끌어갈지 조명해본다. [편집자]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인 19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하면서다. 산업은행은 이듬해 출자전환을 통해 이 회사 지분 41.3%를 확보했다(현재 55.7%). 그로부터 흐른 세월이 벌써 22년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여전히 부실기업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관리하고 있는 기업은 대우조선뿐만이 아니다. 옛 대우·현대·금호그룹 계열사들이 공적자금을 받고 산은 아래 모여있다. 한때 '대한민국 최대 기업집단은 산은'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기업구조조정'이라서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 상황에서 보듯 산은의 기업 정상화 역량은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구조조정 해결사 역할을 맡았지만 실상은 '구조조정 재벌'이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쥐고 있는 '갑의 칼'을 이젠 놔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 기능을 떼내는 게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밖에서 산은의 민영화·효율화를 외쳐왔던 신임 강석훈 회장이 구조조정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관심을 받는 이유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22년차 대우조선조차 여전히 '오리무중' 

산업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은 굵직한 기업들의 구조 조정 및 경영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다. 결국 매각에 실패한 대우조선해양과 2대 항공사 아시아아나항공을 비롯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쌍용자동차, KDB생명 등이 현재 산은이 '주요 현안기업'으로 관리하는 대상이다. ▷관련기사: '조선 빅2' 무산…신뢰 잃은 이동걸식 산업재편(1월14일)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산은의 대기업 구조조정 업무 현안과 관련한 질의가 많았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해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매각 공전 속에 대우조선의 경영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불발 후 경쟁력 강화 컨설팅을 받았지만 하청노조 사태로 결과도 늦어지고 있다. 강 회장은 "보고서가 나온다고 해서 그게 확정이라기보다는, 정부 부처 간 광범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처리 방안을 산은에서 답을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산은이 추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도 국내에서만 마무리 단계로 여겨질 뿐이다. 대우조선처럼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어그러질 공산이 있다는 문제를 품고 있다. 현재 미국, EU, 중국, 일본(이상 필수적 신고국), 영국, 호주(이상 임의적 신고국) 등이 승인을 미루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때 어깃장을 놓은 EU, 최근 외교적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는 중국 등이 관건"이라며 "산은이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항공 빅딜 큰 변수는 'EU·중국 목소리'(5월27일)

쌍용차 마무리에 HMM '해운빅딜'까지

법원이 회생절차 끝에 KG그룹으로의 매각을 결정한 쌍용자동차도 산은의 현안으로 꼽힌다.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이 약 7% 수준인 현금변제율(주식변제율 29%)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회생절차 종결을 위해 관계인집회를 통과하려면 쌍용차·KG 측과 변제율 제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쌍용차의 정상화에 주요 채권자인 산은의 추가지원이 불가피한 만큼, 산은이 어떻게 조율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또 아직 매각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은 아니지만 HMM(옛 현대상선)에 대한 지분 처리도 강 회장 임기 중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20.79%, 19.96% 등 총 40%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다. 

특히 두 기관이 보유한 전환사채(CB)까지 고려하면 전환 시 지분율은 70%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에는 그 일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해 HMM 주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HMM, 역대급 실적에도 공매도 많은 이유(6월7일)

'구조조정 기능 축소론' 나오는 이유 

산은은 이밖에 1조원 가량 공적자금을 투입한 KDB생명(옛 금호생명)도 다시 매각해야 한다.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에 팔려 했지만 불발된 상황이다. 앞서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산은은 생명보험과 전혀 관계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잘 관리 할 수 없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산은이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나 매각 과정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 탓에 대기업 구조조정 담당기관으로서의 역량에도 의문을 사고 있다. '무능하다'는 핀잔 속에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이유다. 나아가 구조조정 역할을 이제는 내려놔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그나마 거래를 마무리한 금호타이어, 대한통운, 대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같은 사례도 최선의 결과라 보기 어려웠다"며 "위기대응 역할과 구조조정 역할을 동시에 하다보면 이해상충이 불가피한 면도 있는 만큼, 산은의 구조조정 기능을 축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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