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다. 19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한지 23년, 올 초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던 방안이 유럽연합(EU) 반대로 어그러진 후 9개월여 만이다.
매각 방식은 그 동안 거론됐던 분할매각이 아닌 통매각 방식이 될 전망이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포기했던 한화가 유력한 인수 주체로 꼽힌다.
정부는 26일 오전 산업·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논의한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1시로 잡힌 이사회에서 '기업 구조조정(대우조선기업 매각)' 관련 안건을 올려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그 동안 매각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켜 왔다"며 "이날 이사회는 논의에 대한 결과를 공식화 하는 것인데 매각 방식은 통매각, 대상은 한화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스턴컬설팅그룹(BCG)에 경영 컨설팅을 의뢰했고 이달 초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컨설팅 결과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어렵지만 얼개는 나와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면 현 시점이 적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물량이 급증하는 등 업황이 회복되고 있어서다.▷관련기사: 대우조선해양 매각, '속전속결' 가능할까(9월16일)
대우조선해양은 시가총액 2조5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그 동안 인수 주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분할매각 방식도 거론됐지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와 사업에 방산 부문 등이 포함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매각으로 방향이 잡힌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강석훈 회장 역시 "분할매각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인수 주체는 한화그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산부문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과 함정 등 해양 방산 분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몰랐던 부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14년 만에 재도전하는 셈이다.
매각의 세부적인 방식은 한화만 참여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 유력하다.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그룹 밑에 두는 조선 '빅2' 재편이 무산됐고, 한화 외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스토킹호스는 매물 인수 의사를 보인 수의계약자(임의계약자)와 사전 계약을 체결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도 적용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이스타항공 몸값 키우는 '스토킹 호스'란(2021년 6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