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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국회 문턱'…산업은행, 부산 이전 가능할까

  • 2022.10.27(목) 07:03

국회 논의없이 사전 준비…절차 문제 지적
구체적 청사진 없어…야당 설득 여부 관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이전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정책(방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 개정에 대비해 사전 준비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 노조와 임직원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절차적 문제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역 균형개발을 위한 정책없이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만 추진한다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대비한다는데…야당 집중포화

지난 20일 진행된 산업은행 국정감사 화두중 하나는 본점 부산이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해선 이전 대상기관과 지역을 선정하고, 국토균형발전위원회 논의 후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전기관으로 확정되면 국토교통부가 명령을 내린다. 산업은행의 경우 이전기관으로 선정돼도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산업은행법에선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4조)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현재 산업은행 부산이전과 관련해선 균형발전위원회 승인 과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절차를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법 개정을 전제하고 준비를 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산은 부산이전 두고 "절차 어겼다" vs "준비가 내 역할" 설전(10월20일)
 
강석훈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이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이후 사내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인 이전준비단을 설립했다. 부산이전에 대한 정부 방침이 명확한 만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강 회장 주장이다.

강석훈 회장은 "(이전을)미리 준비해서 법이 개정되면 간다는 것"이라며 "개정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을 준비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전 준비가 산은의 역할인가"라고 꼬집었고, 같은 당 김성주 의원도 "미리 준비해놓고 국회에서 의결하겠다는 것은 국회를 패싱하는 것으로 제대로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 역시 이 부분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부산이전 관련 절차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대응하기 위한 로펌 선정을 마친 상태"라며 "이와 함께 쟁의권 확보를 위해 사측에 단체 교섭협상을 제시하는 등 단체 행동을 위한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에 여야 대립…국회 설득 가능할까

부산이전 필수 조건인 법 개정을 위해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다수당인 야당 의원들이 절차를 지적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회는 전체 300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4석으로 여소야대다.

특히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등 사정정국으로 여야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는 커녕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강석훈 회장은 의원들을 찾아가 지방이전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 상황에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리적 이전 작업과는 별도로 야당은 물론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산업은행 부산이전 목표인 해당 지역발전 청사진도 제시해야 한다. 강 회장은 부산이전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제 재부흥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개발계획은 구체화된 것이 없다.

단순한 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오히려 이전 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조직 전체의 효율보다 명분을 앞세울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전북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기금을 운용할 핵심인력 이탈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부산이전 논란 중심에 서면서 100여명의 인력이 이탈한 상태다. 이에 대해 강석훈 회장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지역 균형발전은 공공기관 이전만으로 되지 않고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가져가야 한다"며 "애초에 큰 그림이 없다면 정치적 표를 얻기 위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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