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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자금경색에…금통위 선택은 '베이비스텝'

  • 2022.11.24(목) 12:23

자금시장 고려 '속도조절'…물가·환율 불안 줄기도
올해 기준금리 7차례·2.25%p 인상…'역대 최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0월에 이어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도 점쳐졌지만 결국 보폭을 좁혔다.  

미국의 물가 우려가 완화됐고, 급등했던 달러/원 환율도 일단 안정세로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국내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강하고, 미국과의 금리차도 1%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인상 폭을 최소한으로 좁힌 것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색된 자금시장 때문이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총 7차례, 2.25%포인트 인상됐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8회의 금통위 중 2월을 뺀 모두였고, 2차례는 빅스텝이었다. 역대 가장 큰 연간 금리 인상 폭이다.

2연속 '빅스텝' 없었던 이유는

한은 금통위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3.25%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3.25%에 도달한 것은 2011년 6월 이후 약 11년 5개월 만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금통위는 지난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선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당시만 해도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두 차례 연속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중반까지 급등한 상태였고, 국내 물가는 물론 미국 물가도 불안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달 초 발표된 10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5.7%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는 등 통화긴축을 강화했다.

분위기는 최근 들어 조금씩 바뀌었다. 11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후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7%를 기록하며 8개월 만에 8% 밑으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미 연준도 남은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미국의 강력한 통화긴축으로 촉발된 강달러 현상도 최근 진정세다. 한때 1440원을 넘어섰던 달러/원 환율도 1300원 중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23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52원이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조절한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외환부문 리스크 완화와 단기금융시장 위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포인트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모든 금통위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1년 새 2.25%p 급등…내년 더 오를까

금통위는 올초 기준금리 1%에서 시작해 1월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부터 1.25%로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2월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4월부터 올해 마지막 금통위였던 이날까지 6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6회 연속 인상은 사상 처음이자 1년 새 2.25%포인트가 오른 것은 역대 최대 폭이다. 

금통위가 올들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한 것은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0.5%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고, 지난해 말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올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물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원자재는 물론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 등 전세계에 고물가 현상이 발생했고, 주요국들의 통화긴축이 본격화됐다. 

우리나라 역시 5%가 넘는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금통위는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물가 상승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금통위는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내년 적어도 한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해 3.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보다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인상 폭과 속도는 물가상승 지속 정도와 성장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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