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은행(카드사)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창우 비자 코리아 전무가 13일 여신금융협회 주최로 열린 '3고(高) 경제시대의 여전업 전망과 대응방향' 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카드사들이 금융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며, 사업 전환(Business Transformation)을 통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날 '카드업의 미래 및 지속 성장 방향'라는 주제 발표자로 나선 유 전무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경제 상황과 각종 규제, 핀테크·플랫폼의 시장 침투 등 카드사의 실적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다수인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대규모 고객군을 갖춘 빅테크사들의 금융업 진출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평균 이용금액은 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간편결제 이용금액(3641억원)이 50.4%로 절반을 차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 초기인 2016년만 해도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은 26.6%에 불과했다.
유 전무는 "빅테크사들이 금융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처음 접하는 접점이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서 디지털 채널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차세대 소비 계층인 MZ(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수수료율 인하 압박과 금융상품 이자·총량규제를 받고 있는 카드사들의 미래수익 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다만 "단기적인 변화 동인에 집중한 단기적인 해결책보다 지속될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카드사들도 주요 디지털 생태계에 참여하거나 조성,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 구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선 금융사와 이종업종 플랫폼과 제휴가 활발하다. 스페인의 은행 BBVA는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 생태계에 들어가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우버 드라이버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각종 대출서비스는 물론, 계좌 계설이나 카드 발급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디지털 정책에 대한 전략 도출과 우리(카드사)가 갖고 있는 경쟁 우위 역량·자산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며 "'지난 10년은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지원과 투자를 했다면, 앞으로 10년은 수많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본연의 사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성공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