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감독정책은 대내외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금융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은 '금융시장 안정'과 맥을 같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 김주현 금융위원장, 새해 첫 마디도 '안정'(2022년 12월 30일)
이 원장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제고하기 위해 "대내외 리스크요인별 상시감시와 취약부문 잠재리스크 점검을 강화하여 금융권의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의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금융을 살피는 것도 필수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민생이 안정돼야 국가경제의 지속가능발전을 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서민금융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고 관계부처 등과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신년사 전문.
Ⅰ. 인사말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여러분이 뜻한 바가 모두 이루어지고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6월,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통화긴축으로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헌신적으로 임해주신 여러분이 있어서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Ⅱ. 2023년 경제환경
그러나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은 새해에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현실화되면서 실물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국 금리인상 불확실성도 상존하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새해 감독 정책은 대내외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금융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것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Ⅲ. 2023년 금융감독방향
첫째로, 복합위기 리스크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금융시스템 안정을 제고해 나가겠습니다.
대내외 리스크요인별 상시감시와 취약부문 잠재리스크 점검을 강화하여 금융권의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하겠습니다. 특히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의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스트레스테스트 및 조기경보 모형의 적합성 검증을 통해 신뢰도를 제고하고 금융시장의 이상 신호를 적시에 파악하여 대응하겠습니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상황에 대비하여 관계기관 간 공조체계는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민생이 안정되어야 국가경제의 지속가능발전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생금융을 살피는 것도 필수적 과제입니다.
서민금융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고 관계부처 등과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종합정보센터를 구축하는 등 비(非)금융 측면의 지원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한편, 위기 때 심화되는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금융소외 계층의 접근성 제고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취약계층 위험을 보장하는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유도하고 은행권에 도입된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앱을 타 업권으로 확대하는 한편, 대상자별 맞춤형 금융교육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고 불법사금융, 신종사기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을 지원하겠습니다.
먼저, 지속가능한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제도와 인프라의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데이터 전문기관 추가 지정 등을 통해 금융데이터 산업의 기반을 확충하고 건전한 디지털자산 시장 조성을 위한 입법지원과 금융 플랫폼 확산에 대비한 업권별 감독제도 정비에도 힘쓰겠습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신사업 등에 대한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업무부담은 완화하여 금융회사가 혁신을 위한 핵심 과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아울러,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ESG 공시기준 정비를 지원하고 금융권 녹색 분류체계 적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ESG 감독체계의 국제정합성 제고에도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지원 노력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여 금융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효율적인 실물경제 지원이 가능해지길 기대합니다.
넷째, 금융의 책임성 강화를 통해 금융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겠습니다.
금융회사의 “책임경영”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영진의 책임성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내부감사협의제 운영의 내실화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제고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금융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의 금융소비자 보호 미비점을 점검하고 전자금융사고, 정보 오남용 등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IT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규제 및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투자자 보호와 성장산업에 대한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해 자본시장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공매도 밀착 모니터링을 위한 인프라 개선과 업무 프로세스별 점검 등을 통해 공매도 감독을 강화하고 시장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시장 교란 행위는 엄중 조치하겠습니다.
또한 중대 회계부정에 대해 집중감리를 실시하는 등 회계부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감사품질을 중심으로 회계법인 역량 강화를 유도해 나가겠습니다.
Ⅳ. 임직원에 대한 당부
임직원 여러분,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최근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균형감 있는 정책 판단과 금융산업의 미래 예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민에게 신의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우리의 소임을 다 하는 “공적 사명감”에 근간을 두면서도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두루 갖추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먼저, 감독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금융회사의 책임경영을 주문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책임감 있는 감독을 실천합시다.
금융회사와 감독기관이 함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감독자의 책임 중 하나입니다. 비효율적 관행은 제거하되 과거의 귀중한 경험은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주십시오.
또한 위기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한발 앞서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사명입니다. 금융시장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더 살펴야 할 것은 없는지 평소 업무 범위보다 넓게 고민해주십시오. 이러한 노력이 감독원의 위상을 제고하고 종국에는 우리의 자긍심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한 가지 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소통과 협력입니다. 소통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년 6월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얻는 배움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감독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정은 시장과 상호 이해의 범주를 넓혀 금융 안정과 발전이라는 목표 달성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울러, 부서 간 협업은 물론 함께 일하는 부처와의 협력을 위해 원활한 정보교류에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노력은 각자의 전문성만으로 대응하기 힘든 복합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Ⅴ. 맺음말
2023년,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합니다. 토끼가 가진 부지런함과 예민함으로 어둠 속에서도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잘 들을 수 있는 큰 귀와 험난한 장애물을 뛰어넘는 발을 지닌 토끼의 강점으로 충만한 한 해가 되어 현재의 어려움을 기회 삼아 내일의 재도약을 향해 정진하는 금융감독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 가슴 속에 품은 꿈이 결실을 거두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