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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경매 유보·모니터링만 하는 정부…실효대책은?

  • 2023.04.26(수) 06:09

은행권, 정부 가이드라인 없어 자체 지원책 마련
'금융 리스크, 은행이 떠안게 되는 꼴' 지적도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에 경매·매각 유예 협조를 구해 시간을 벌고, 종합금융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못했다. 은행들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지원 방안을 만들어 운영하는 형국이다. 

금융권에선 향후 당국이 관련 대책을 만들어도 결과적으로는 금융사들이 위험을 떠안는 구도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황 파악도 못하는 금융당국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대부분 상호금융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빌라나 다세대 주택 등은 2금융권에서 대출이 실행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관련기사: '전세사기에 PF까지…' 울고싶은 상호금융·저축은행(4월25일)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액 등 관련 금융 현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 받은 주택 명단을 통해 관련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에 경매·매각을 유예하도록 협조하는데 주력하는 정도다. 현재 경매가 진행되는 주택은 전체 피해 주택의 5~10%에 불과한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피해 규모가 커서 현재는 은행에서 얼마의 대출이 이뤄졌는지보다 경매 유예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측 역시 금융권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피해자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전세사기 피해 지원 주요 내용/그래픽=비즈워치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지원책과 관련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되는 수준에 그친다. 

이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피해자들이 해당 은행으로 전세대출을 전환할 때 이자를 감면 혹은 면제하기로 했다. 또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금리 감면이나 이자 면제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 대출상담과 현장 지원반, 법률 지원 등 비금융 서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금융 지원 대책에서 금융당국은 빠져버린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관련해 금융당국 지침은 없었고 은행들이 알아서 마련한 것"이라며 "현재는 은행 자체 프로그램에 의지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리스크만 커진다

금융당국의 전세사기 지원 대책 마련이 지연되고 구체적인 그림도 드러나지 않으면서 금융권에선 관련 리스크를 주요 시중은행이 떠안는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경매 낙찰가율이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매를 통해서도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사들 역시 대출 원금을 환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중은행들이 마련한 금융 지원 방안의 경우 피해자 지원을 위해 그동안 거의 취급하지 않았던 빌라나 다세대 등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DSR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 한도를 늘려주는 것 역시 은행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빌라나 다세대 등은 상품성이 바닥을 쳤고 현금화도 어렵다는 점에서 아파트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여기에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될 수 있는 깡통전세 현상은 인천 미추홀구를 넘어 수도권과 지방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금융당국 대책없이 은행들을 통해서만 피해자들을 지원하면 은행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은행들에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도록 한 금융당국 지침과도 배치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2금융권 대출을 1금융으로 옮기면서 은행들이 다 떠안게 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 대책이 없다면 최종적으로 은행이 책임을 지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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