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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yB 폭탄 온다]①'20조 뭉칫돈' 금융사에 묶이나

  • 2023.06.11(일) 14:01

금융당국, CCyB 비율 상향…금융사별 수조원 적립해야
건전성 비율 하락 우려…채권 등으로 '돈 모으기'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내년 5월까지 규모에 따라 많게는 '조' 단위의 돈을 마련해 묶어둬야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와 은행들에게 위험가중자산의 1%를 적립하도록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수준을 현행 0%에서 1%를 올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주요 금융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CCyB적립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 등에 대한 적립 규모도 늘리라는 요구를 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묶어둬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2023년 1분기 은행지주회사 위험가중자산 규모.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내년 5월까지 '20조' 쌓아두나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제10차 정례회의를 열고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CCyB적립 수준을 종전 0%에서 1%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대상이 되는 회사는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위험가중자산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CCyB 항목으로 적립해야 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국내 8개 은행지주회사(신한·KB·하나·우리·농협·BNK·DGB·JB)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1404조5099억원 수준이다. 지주계열 은행이 아닌 곳 5개 은행(수협·기업·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282조7168억원이다. 올해 1분기말을 기준으로 했을 CCyB적립 대상 회사의 위험가중자산규모는 1687조2267억원이다. 

2023년 1분기 국내 은행 위험가중자산 규모. /그래픽=유상연 기자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CCyB적립비율 상향으로 인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약 16조8722억원 가량의 유동성이 묶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CCyB 적립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 등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항목을 꾸준히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CCyB적립 대상 회사들이 쌓은 충당금 규모는 2조5000억원 가량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게다가 이같은 추세는 연중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산술적으로는 최대 20조원 가량이 금융사에 묶이게 되는 셈이다. 

금융사 이 돈 어디서 마련할까

CCyB적립이 되는 회사는 벌써부터 CCyB적립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일단 대부분의 회사가 당장 이를 위해 돈을 새롭게 구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기존에 보유한 자산 중 일부를 CCyB항목으로 돌리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경우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제결제은행의 건전성 규제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2023년 1분기 기준 국내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자본비율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일단 지난 1분기 기준 CCyB적립 회사들의 건전성비율은 우수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이들 회사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88%, 기본자본비율은 14.24%, 총자본비율은 15.58%로 규제수준인 보통주자본 7.0%, 기본자본 8.5%, 총자본 10.5%보다 높다. 

이들 회사는 CCyB적립으로 각 자본비율이 1%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건전성 비율 자체가 낮아진다는 것 자체가 이들 회사에게는 부담이다. 대외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CCyB적립이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적립한다는 의미가 큰 만큼 여력을 충분히 확보해 놔야 한다. 따라서 CCyB를 적립하면서 추가로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회사중 일부는 벌써부터 채권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은 총 1조46900억원 가량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다만 일부 CCyB회사의 경우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녹록지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의 경우 대주주들의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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