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청년도약계좌 신청 문의는 거의 없었다. 모바일이 오히려 더 간편해서 지점 방문보다는 비대면으로 많이 신청하는 것 같다"
대학생들이 몰려 있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A씨는 청년도약계좌 출시 첫날인 지난 15일, 청년도약계좌 문의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한산한 분위기에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금융정책 상품인 '청년도약계좌'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금융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되면 300만명의 청년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하루 동안 8만명에 가까운 소비자들이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출시 첫날(15일)과 다음날 현장의 모습은 생각보다 조용한 모습이었다.
직접해보니…3분만에 신청 가능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6일 오후 2시 기준 11개 은행에 가입을 접수한 청년은 총 13만9000명(중복 제외·잠정)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9시간 30분 동안 7만7000명이 가입한 데 이어 16일 오후 2시까지 6만2000명이 가입했다.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5부제로 접수를 받아 신청접수를 진행했는데, 끝자리 숫자가 3·4·8·9로 끝나는 청년들만 13만9000명이 접수를 한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청년들이 매월 40만~70만원을 5년 만기로 부으면 금융권의 금리와 정부 기여금 등을 더해 5000만원 가량의 자산을 마련하도록 지원한다. 가입 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의 개인소득 요건과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다.
청년도약계좌 신청은 매월 첫 2주간 가입을 받는다. 우선 처음 5영업일은 신청이 몰릴 것을 고려해 이달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5부제를 시행한다. 출생 연도 끝자리가 △3, 8은 15일 △4, 9는 16일 △0, 5는 19일 △1, 6은 20일 △2, 7은 21일에 신청할 수 있다. 22~23일은 출생 연도와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 등 11개 은행 앱에서 오전 9시부터 은행 영업시간 동안 각 은행 앱에서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우리·하나·기업은행은 영업점에서도 가입 신청이 가능하다. 사전에 앱을 통해 본인인증을 마쳤다면 별도 준비물은 필요 없다.
한창 신청이 진행되는 시각인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IBK기업은행 앱에 모두 접속해 봤지만 원활하게 이용이 가능했다. 이 중 IBK기업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을 직접 시도했다.
앱에 명시된 안내를 따라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 제공 동의서를 열람한 뒤, 따라 표출된 안내문을 통해 가입 절차에 대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의 절차를 거치자 '가입신청 완료'라는 문구와 함께, '심사 결과는 약 3~4주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심사신청에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다.
다만 청년도약계좌는 연령과 소득 등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가입할 수 있는 만큼, 개설을 신청한 이후 최대 4주 이내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지원 자격 여부를 확정해야 실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날 KB국민은행 앱을 통해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한 윤모씨(30)는 "서류도 안 내고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진행되어서 놀랐다"며 "청년희망적금 때처럼 서비스에 오류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신청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점은 조용…청년희망적금 때와는 다른 분위기
청년도약계좌 신청 첫날인 15일 오전 시중은행 본점이 모인 서울 영등포구의 영업점들은 평소와 비슷하게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신청 둘째 날인 16일에도 대학생들이 몰려있는 서울 마포구 신촌역 근처 영업점들을 방문했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모바일 앱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청년희망적금과는 다른 모습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단발성 운영에다 접수도 선착순으로 진행되면서 조기마감을 우려한 신청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마비가 되기도 했다. 청년희망적금은 가입 기간 첫 주(5영업일)에만 약 200만명 가까이 몰렸고, 2주 동안 가입자가 약 286만8000명이 가입한 바 있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가입 첫날 8만명 정도가 가입했던 것을 바탕으로 5부제 기간 가입자들을 예상해 보면 35만명에서 40만명 내외가 될 것이라 추정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며 "작년 청년희망적금 가입 당시에는 가입 첫날부터 매우 바빴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청년도약계좌는 그때만큼 가입자가 몰리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도약계좌는 가입 기간도 길고, 은행별로 우대금리도 다르기 때문에 청년들이 조급한 마음없이 우대금리 조건 등의 탐색 기간을 거친 이후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서는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2~3월에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과 중복 가입이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높기는 하지만 아직 대다수 청년들은 유지 중인 것으로 안다"며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고금리 상품으로 지금까지 유지한 소비자들은 만기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만기 후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5년 만기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청년을 위한 상품인데, 청년층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관련기사:[청년도약계좌 논란]'5년씩이나?' 유지 가능할까?(6월 15일)
인천 중구에 거주하는 한지영(24세) 씨는 "현재 고정 수입이 180만원 안팎인데, 5000만원을 만들기 위해서 70만원씩 적금 붓고 월세 내면 한달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연봉이 2400만원인 사람이 70만원씩 넣어야 5000만원 만들기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연봉 2400만원이면 매달 70만원 넣을 수 있는 여유가 어디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김소연(29세) 씨도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상품이니 가입은 했지만, 만기가 5년이다 보니 그사이에 결혼 하거나 퇴사를 하게 되면 급전이 필요해질 것 같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무래도 가입 층이 비슷한 또래인 만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적금담보부대출을 통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에서도 가입자 중 청년도약계좌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청년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는 기본금리가 4.5%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우선적으로 가입을 하는 것 같은데, 청년희망계좌도 고금리 상품임에도 결과적으로 해지율이 굉장히 높았다"며 "청년도약계좌 해지율을 줄이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적금담보부대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하는데, 그걸로 해지율 방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