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속속 홍콩 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논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SC제일은행이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금융당국이 권고한 자율배상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SC제일은행은 대주주인 영국 SC그룹이 지분 100%를 쥐고 있어 그룹의 입김이 세다. 이 때문에 그룹에서 상반기만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배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여부를 확정했다.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이번 주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자율배상에 나설 시 제재나 과징금을 감면하겠다고 언급해 온 만큼 다른 은행들도 자율 배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SC제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들과 달리 자율배상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SC제일은행은 국내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SC그룹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 SC그룹은 SC제일은행의 지분 100%를 쥐고 있다. 금융당국의 관여를 받지만 사실상 해외 본사의 영향력이 더 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C제일은행이 비교적 마진이 낮은 정부의 정책 상품 출시 등에 시중은행보다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22년 타 시중은행보다 4개월 늦은 시점에 청년희망적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청년희망적금이 조기 마감되면서 참여하지 않게 됐다. 청년도약계좌 또한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6월 운영을 시작한 것과 달리 올해 2분기 출시를 밝히면서 사실상 참여 의지가 없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내부통제 기준 등이 국내가 아닌 그룹 기준에 맞춰져 있는데, 개인의 투자 상품 손실에 대한 배상 판단이 해외 기준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오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여부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으로 자율배상 여부가 결정된다"면서도 "그룹과도 긴밀히 협의는 한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의 홍콩 ELS 판매 규모는 1조2427억원으로, 이 중 상반기 만기도래 물량은 6187억원이다. 이 중 투자자 손실률 50%, 원금 손실분의 40% 전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반기 예상 손실 배상액은 약 1237억원이다.
지난해 SC제일은행은 전년대비 10.1% 감소한 350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후 지난 1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예상 배상액이 한해 이익규모의 35%에 달하는 수준인데다 배당금까지 고려하면 더욱 부담스러운 규모이기도 하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자율배상은 금융당국에서 사회적인 비용을 고려해 내놓은 중재안"이라며 "은행이 과실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자율배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