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숙 수협은행장이 취임 첫해 '숫자'로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는데 성공했다. 다만 수협은행의 '절적' 성장을 위한 금융지주 전환 초석을 닦는데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강신숙 행장의 임기가 올해 종료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본다. 재무적 성과는 냈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임기 첫 해 '숫자'는 증명한 강신숙 행장
5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협은행은 2376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지난 2022년 2048억원과 비교해 16% 늘어난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순익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수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고금리 등의 여파로 다른 은행들이 가계대출 취급액이 줄어든 것과 달리 수협은행은 가계와 기업 두 부분 모두 여신취급액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기업여신 규모는 26조3664억원, 가계여신 규모는 18조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여신은 전년 대비 10%, 가계여신은 4.3% 늘어났다.
자연스레 이자이익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이자이익은 9329억8900만원으로 전년 8005억8700만원에 견줘 16.5% 늘었다.
이자이익 뿐만 아니라 수수료이익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며 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수수료이익은 329억3400만원으로 전년 201억2800만원보다 63% 늘었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건전성은 악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연체율은 0.44%를 기록했다. 지난해 0.26%와 비교해 0.18%포인트 크게 뛰었다. 하나, KB국민, 신한,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0.2%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강신숙 수협은행장이 금융환경이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첫 성적표는 양호한 성적표를 들어올렸다고 본다.
강신숙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직후 취임 일성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가 제시했던 목표치인 3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은행 최대 순익을 경신하면서 재무적 성과는 냈다는 평가다.
지지부진했던 '지주전환'…연임 가능할까
지난해 초 강신숙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수협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초석을 닦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M&A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수협은행의 대주주인 수협중앙회가 20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실탄'을 지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수협은행이 인수를 희망했던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성급히 M&A에 나섰다가는 '독이 든 성배'를 들 가능성이 있어 수협은행이 M&A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수협은행은 올해에도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강신숙 행장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신숙 행장의 임기는 올해말로 종료된다. 수협은행이 통상 10월께 차기 은행장 선출을 위한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 년 안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연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재무적인 성과는 냈지만 수협은행의 장기 성장 계획의 기본 틀인 지주회사 전환에는 성과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협은행은 그간 재무적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장을 교체해온 바 있기 때문에 M&A에서 눈에 띄 성과를 내야 연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협은행을 둘러싼 정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시급하다는 평가다. 수협은행장을 선출하는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2인,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다. 다시말해 수협중앙회의 의중이 깊게 반영된다.
강신숙 행장은 전임 수협중앙회장이었던 임준택 회장 시절 발탁됐다. 이후 수협중앙회 회장은 노동진 현 회장으로 교체됐다. 따라서 노동진 회장의 의중에 따라 수협은행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수협 사정에 통한 한 관계자는 "수협은행 인선에는 수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하게 분다"라며 "전임 회장 시절 수협은행장으로 임명된 강신숙 행장에 대해 현재 수협중앙회가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고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주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결과를 내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작용해 연임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