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보상 문제를 두고 현재 10억원인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상대방 차량 파손에 대한 배상, 수리비용·렌트비·교환가액·영업손실 등이 포함) 한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의 경우 피해와 파괴력이 커 보험에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할 경우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보험업계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벤츠 전기차 단 1대의 폭발로 지하주차장이 초토화되면서 주변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전소하고 100여대가 연기에 그을리는 등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를 본 차주들은 우선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차(자기차량손해) 담보를 통해 보상받을 전망이다.
해당 보험사는 우선 보상을 진행하고, 과실 비율에 따라 처음 불이 발생한 벤츠 전기차 차주나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 또는 배터리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화재로 발생한 피해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책임소재를 가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관건은 차주 과실여부다. 화재 차량은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는데 화재 원인이 배터리사 잘못으로 드러나면 차주 부담은 사라진다.
하지만 차주 차량 관리 소홀에서 비롯돼 배상 책임이 인정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벤츠 전기차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은 대물배상 보상한도 5억원으로 알려졌다. 사고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은 사고로 다른 운전자의 차량을 훼손했을 때 수리비 등 각종 손실 등을 가입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자동차보험 담보를 말한다. 가입금액 한도를 벗어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차, 전기차 할 것 없이 차보험 대물배상 한도 배서(보험계약 내용을 변경하는 것)를 문의하는 보험소비자들이 평소보다 늘었다는 후문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실제 전기차를 몰지 않더라도 본인 과실로 전기차 화재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우려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른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진압이 어렵고 피해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가능성이 있는 전기차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현재 10억원인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전기차 증가세에 따라 현실화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6610대다. 지난 2019년 8만9918대에 비해 5년 만에 7배가량 늘었다. 더불어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기차 화재는 매년 약 2배씩 증가했다. 2020년 11건, 2021년 24건이었던 화재 건수는 2022년 43건, 2023년에는 72건으로 확 뛰었다. 이는 전기차 사고가 났을 때 보상해야 할 비용이 그만큼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은 전기차에 한해 최대 20억원까지 대물배상 한도를 올렸다. 하지만 다른 손보사들은 여전히 일반·전기차 모두 10억원 한도로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무조건 들어야 하는 의무보험이라 한도를 늘리는 건 금융당국과 협의가 필수적이다. 다만 다른 쪽에서는 배상한도 상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물배상액을 높이면 보험료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고가 외국산 자동차 증가 등으로 많은 차보험 가입자들이 가입금액을 3억원 수준의 고액으로 전환했다"며 "1억원→2억원→3억원→5억원→10억원으로 대물배상 한도를 올릴 때 보험료 차이가 200~700원밖에 나지 않지만(40세, 남자 기준)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분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