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보험사들이 건전성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금융당국이 부채평가 할인율 현실화 계획 등에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최종관찰만기(LOT) 확대 시행 일정을 재검토한다는 게 핵심이다.
동시에 보험사들의 자산-부채관리(ALM)를 강화하는 규제 도입을 검토한다. 금리 인하기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자산-부채 실질 만기(듀레이션) 구조에 취약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며 이에 대한 관리 노력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관련 논의를 거쳐 8월중 구체적인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는 목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유관기관과 연구기관, 보험업계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산업 건전성 TF'를 구성하고 어제(1일) 1차 회의를 가졌다고 2일 밝혔다.

최종관찰만기 30년 확대 일정 재검토
1차 회의에선 최종관찰만기 확대 일정 등 보험부채 평가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장금리 하락 흐름이 지속되며 보험사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할인율 현실화 등이 중첩되면 건전성 지표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종관찰만기는 보험부채 할인율 중 시장데이터(국고채 수익률 등)를 활용하는 구간이다. 현재는 20년을 적용하고 있는데 당초 금융당국은 할인율 현실화 방안으로 올초부터 30년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최종관찰만기가 30년으로 확대되면 부채 할인율이 현재보다 낮아져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진다. 보험사 입장에선 부담 요인이다.
이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보험사 건전성 연착륙을 위해 시행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올초 분산시행으로 조정했다. ▷관련기사: 위기의 보험사…새정부, 규제 속도조절 이어갈까(6월23일)
시행 일정 조정 대안으로 현행 계획을 유지하는 방안과 매년 금융당국 논의를 통해 최종관찰만기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 최종관찰만기 확대 계획을 사전에 확정하되 시행 일정을 현재(3년 분삼)보다 장기화해 보험사 건전성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최종관찰만기 확대 여부는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10~20년물보다 낮게 형성돼 있는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의견 수렴을 통해 8월중 시행 일정 조정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ALM 강화 위한 규제 도입 검토
금융당국은 최종관찰만기 확대 시점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관리(ALM) 강화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보험사들이 금리하락에 따른 건전성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자산과 부채 실질 만기(듀레이션) 구조에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100bp(1%) 변동 시 자산과 부채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다. 새 회계제도에선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해 자산·부채 듀레이션이 일치하면 시장금리 변동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자산 듀레이션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긴 탓(민감도가 더 큼)에 금리 하락에 따른 부채 증가 폭이 자산 증가 폭보다 크다. ▷관련기사: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엎친데 덮친' 보험업계(5월30일)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 장치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보험사에 허용되는 듀레이션 갭 범위를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이에 대한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킥스 제도나 경영실태평가 상 ALM에 대한 평가항목을 도입·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다만 규제 도입으로 타격이 큰 보험사들을 감안해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사에 우선 적용하거나 충분한 적응 기간을 부여하는 등 시행상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규제 도입 여부와 세부내용 등도 8월중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목표다.
한편 금융당국은 자산·부채관리 강화 방안에 이어 기본자본 규제 도입 방안과 정리제도 개선 방안, 계리가정 선진화 등을 순차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안창국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건전성 관리를 엄격히 강화하되 보험사들이 과도한 부담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행 속도를 유지하고 필요한 규제 개혁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