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감안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 적용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최종관찰만기를 내년부터 총 10년에 걸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한 숨 돌릴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손해율 등 계리 가정 구체화 방안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교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 자율에 맡긴다'는 새 회계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반면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할인율 유예…손해율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위원회는 최종관찰만기 30년 도입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올해부터 30년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보험사 건전성 연착륙을 위해 시행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하기로 했고 올초 분산시행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최종적으로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는 23년을 유지, 2028~2029년에는 24년으로 확대한다. 이후 매년 1년씩 확대해 2035년에 최종적으로 30년을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종관찰만기를 확대하면 보험사 킥스 비율이 평균 19.3%포인트 하락이 예상되는 등 일시에 과도한 건전성 부담이 예상된다"며 "EU도 보험사 부담 등을 고려해 외삽법(20년일 경우와 30년일 경우 사이 곡선을 보정해 할인율 산출)을 도입하고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임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최종관찰만기 확대 '속도조절'…듀레이션갭 규제 새로 도입(10월19일)
최종관찰만기는 보험사가 부채를 시가 평가할 때 활용하는 지표다. 장기 부채 평가 시 관측할 수 있는 만기가 길수록 신뢰도가 높은 금리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점차적으로 구간을 확대한다.
하지만 최종관찰만기를 확대했을 때 실제 장기금리가 추정치보다 낮으면 장기 할인율이 낮아져 보험부채는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 부채 증가로 킥스 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최종관찰만기 30년 도입 시점을 늦춘 이유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손해율 계리 가정을 구체화해 킥스 비율 비교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보험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담보의 손해율 가정을 일괄적으로 100% 수준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별 실제 경험치나 위험률 개선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표준화된 손해율 가정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예상 손해율이 보험사마다 천차만별이고, 손해율은 보험사 킥스 비율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관성을 부여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다만 이는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감독 회계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인데 입장이 전혀 다른 곳도 존재하는 상황이라 계량적 영향 등을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며 "감독 목적의 건전성 기준으로 보는 것으로 회사마다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너무 다르면 우량한 정도를 파악할 수 없어 잣대를 비슷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성 침해' 손해율 가이드라인 부담 커
보험업계에선 할인율 현실화 계획 조정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건전성 관리 부담은 줄었지만 손해율 가이드라인 도입에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취지인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손해율 역시 보험계약마진을 포함한 보험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IFRS17은 보험사들이 회계 계상 시 일정 부분 자율성을 보장하고, 손해율 가정도 마찬가지로 보험사들이 자사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산정해 적용해왔다. 다만 이로 인해 보험사마다 예상 손해율 추정 정도가 달라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메리츠가 불지핀 '손해율 논란', 정답 있을까?(5월20일)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손해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회사들도 영향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가정 가이드라인은 보험사의 실제 위험률 개선 성과나 손해율 관리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로 여겨질 수 있다"며 "손해율을 낮게 가정한 회사일수록 손익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보수적으로 잡은 회사도 크지는 않지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선 장단점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신담보에 대한 손해율 가이드라인인 만큼 보험사들이 신담보 개발 시 위험률 차익(성과 반영)이 인정되지 않아 보험사들의 신담보 개발 유인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혁신상품 출시 위축과 상품 다양성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건전성 지표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어 재무 안정 측면에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들 역시 보험료 증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회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산정하는 것을 막아 개선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보험 계약자들도 손해율이 크게 오르면 보험료도 늘어나는데 이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