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사외이사 32명 중 절반인 16명이 현직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사외이사의 '교수 편중'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현 이사회 구성이 금융당국의 방침을 따른 결과이자 현행 규제가 사외이사 인력 풀(pool)을 좁힌 결과라고 항변한다. 이해 상충, 겸직 금지 등 강도 높은 규제가 현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실무 경험' 등을 사외이사 자격 요건에 추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인력 풀이 더 줄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수 너무 많다"는 이찬진…현장전문가를 어디서?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과 관련해 "(기다리는 분 입장에서) 6년이 지나면 차세대 리더십이 골동품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회장의 장기 연임 배경으로 교수 등 특정 업종에 편중된 사외이사 구성을 꼽았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면서 "JP모건 등 미국계 투자은행(IB)의 경우 경쟁사 출신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학계 인사는 거의 없다. 현장 중심 거버넌스가 시장 원리에 맞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면 서로 견제도 되지 않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라고도 언급했다. 이사회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6일 '지배구조 선진화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해 오는 3월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관련기사 :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앞두고 지배구조 수술, 3월 주총 "영향권"(1월19일)
현재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50%인 16명이 '현직' 교수로 있다. KB금융지주는 7명 중 4명, 신한지주는 9명 중 6명이 교수다. 하나금융지주는 9명 중 3명, 우리금융지주는 7명 중 3명이 현직 교수다.
단 신한지주의 경우 6명 중 2명은 우리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와 변호사 출신으로 임기 후 각각 2022년, 2024년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 출신'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신한지주는 9명 중 4명이 교수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교수 출신이 43.8%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 수가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또한 금융지주뿐 아니라 시총 상위 100대 상장기업 역시 사외이사 10명 중 4명 이상(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이 교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 시그널 따랐을 뿐"…규제에 인력풀도 줄어
그러나 금융사들은 교수 등 특정 업종에 편중된 사외이사 구성에 이유가 있다고 토로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해도 사외이사 구성에 교수 출신을 높이라는 당국 시그널이 있었다"면서 "그에 따른 것뿐인데 정권이 바뀌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됐다"고 토로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사외이사는 이해관계 상충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면서 "자회사 관계사 등은 물론이고 법조인 니즈가 있어도 소송대리인, 법률자문 등을 하는 대형로펌은 계약관계가 있어 제외해야 하고 글로벌기업 CEO도 은행 등과 거래 관계가 조금이라도 있는 법인이면 제외돼 인력풀 자체가 너무 좁다"고 토로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상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관계 또는 협력관계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이거나 최근 2년 이내에 상근 임직원이었던 사람을 사외이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원장이 지적한 경쟁사 출신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에 제도적인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들도 금융권 사외이사를 꺼리는 분위기도 짙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상장사와 달리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겸직이 안 되고 지배구조법(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소위원회 회의는 더 많아 비선호하는 쪽"이라며 "금융회사 사외이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본업에도 부담이 되는 만큼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더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법, 상법 등) 법상 이해관계 상충이나 겸직 제한 등을 조금 확대해 주면 인력풀이 확대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8대 지주 검사나 지배구조 TF 등의 방향이 관리감독 등을 강화하려는 조짐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번 지배구조 TF에서 사외이사 자격요건에 '실무 경험'을 추가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경우 겸직 제한이나 이해관계 충돌 등 규제로 인해 사외이사 인력풀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제 막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고 논의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실무경험 등 내용이 자격요건에 추가되면 현재보다 인력풀이 더 줄어들 수는 있는데 적용에 따라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 전문성의 범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 범위를 재정립해서 제도적 유연성이 보장된다고 하면 당국이 요구하는 전문성이나 다양성 강화 요구와 관련해 상당부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관치 vs 개선 노력 필요
관치논란도 불거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는 "금융사도 기본적으로 사기업이며, 인사 문제에 대해 법이나 제도로 직접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은 가능하지만 특정 전문 분야 이사 선임을 강제하거나, (학계 등) 특정 출신의 배제를 요구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개입"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관계자도 "어떠한 규제든 결국 경직돼 일률적인 규제로 변모하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경쟁사 출신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JP모건을 모범 사례로 꼽았지만 현지에서는 오히려 이너서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고도 지적했다.
물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들이 너무 좁은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인력풀을 보고 있지는 않냐는 것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국내 금융지주들은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비교해 주주권익 보호, 이사회 독립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최근 BNK금융지주 회장 연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외부 후보 배제 논란) 등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제대로된 평가 체계와 그 평가가 적합한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JP모건 CEO는 오랜 연임과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경영 성과와 리더십 등 성과에 기인해 재선임 됐는데, 투명하게 승계 과정을 보여주고 보다 넓게 인력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