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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배구조]④금융권선 "길들이기" 금융당국은 회의론

  • 2026.01.26(월) 08:00

학계 "대륙법식 규제 영미식 지배구조 모델 '엇박자'"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 하는 지배구조 점검에 피로
금융권 "지주사 회장 압박 가장 손쉬운 관리 수단"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사외이사 구성, 추천·평가 제도의 실효성, 위원회 운영 등 현행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등 대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십수년간 반복돼 온 논란이기도 하다. '선진화'라는 이름의 당국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이번에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쟁점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JB·iM)를 상대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2023년 마련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이행되거나 운영 과정에서 우회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가 '부적절한 지배구조 관행' 예시로 지목됐다. 모범관행은 사외이사 평가 시 외부 전문기관 활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신한금융은 자체 설문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해 전원이 '우수' 이상 등급을 받은 점이 도마에 올랐다. 신한금융 측은 외부 평가기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학계에선 이번 사례가 특정 지주사 일탈이라기보다 국내 법 규제 체계와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델 간 괴리에서 왔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법과 규정에 명시한 사항만 허용하는 대륙법식(Civil Law) 포지티브 규제를 따르고 있는데, 지배구조 영역에는 금지·제한 사항만 제외하는 영미법식(Common Law) 네거티브 모델을 적용해 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 한 사외이사는 "우리 법체계는 규정에 명시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운데 지배구조에는 원칙에 따라 판단하라는 모델을 적용하면서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땜질식 대응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도돌이표'에 갇힌 지배구조 논의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에 다시 손을 대겠다고 나섰지만 금융권 안팎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지배구조 점검과 제도 손질이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시행 2년 만에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다시 출범시킨 것을 두고도 금융권에서는 "또 지배구조냐"는 피로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CEO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2008년 이른바 '4대 천왕' 시절을 기점으로 논란이 본격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학연 등으로 연결된 KDB산업은행·KB·하나·우리금융 회장을 중심으로 장기 집권 체제가 굳어졌고, 회장 연임 제한이 없는 제도적 허점을 활용해 3·4연임이 이어졌다.

2010년 '신한 사태'와 2014년 'KB 사태' 역시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 부재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후에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10년·4연임)과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9년·3연임) 등이 재임에 잇단 성공, 지배구조 논란은 반복돼 왔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경력이 있는 한 인사는 "우리나라는 재벌이라는 특이한 소유 형태에서 출발한 문화가 여전히 강하고 회장 한마디가 절대적으로 작동해 온 관행이 남아 있다"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제도를 만들어도 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길들이기" 볼멘소리도 …당국 안팎 "답 없는데"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의는 정치권 발언을 계기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고 이찬진 금감원장도 "회장과 관계있는 인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복현 전 금감원장 역시 2023년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유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CEO 선임 문제를 겨냥한 움직임을 은행권 전반에 대한 '길들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을 관리·압박하는 데 지배구조 이슈만큼 손쉬운 수단도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상장사와 비교해 금융권에만 너무 무겁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지주사 지배구조를 문제 삼을 때 셀프 연임이나 거수기, 참호 구축, 제왕적 리더십 같은 표현이 매번 반복되는 건 문제의식은 분명하지만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이 같은 논의가 정치적 변수와 맞물리면서 결국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직 금감원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개선하고 있지만 사실 뚜렷한 답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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