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행 시니어 관련 신탁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건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살아있는 동안 금융사가 자산을 관리해 수익을 지급하고, 고객 사망 후에는 미리 지정해 둔 상속자에게 자산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고객 성향에 따라 안정적이거나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며, 현금 외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맡겨 운용할 수 있다.
과거 고액 자산가들 전용상품으로 불릴 정도로 극소수 수요만 있었는데 최근 일반 고객들도 가입을 서두르는 상품이 됐다. 사후나 치매를 대비해 미리 금전 관리 대비를 해두려는 수요다. 은행들은 고령층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시니어 관련 상품도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0년 9403억원에서 2025년 4조4947억원으로 378%(3조5544억원) 급증했다. 최근에는 연간 잔액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가입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5조원 돌파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 치매를 우려해 미리 유언대용신탁을 가입하려는 고객도 늘고 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 후에는 본인 의사로 신탁 계약을 맺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해 선제 조치를 해두는 것이다. 국내 치매인구는 1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치매환자들이 보유한 이른바 '치매머니'는 170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치매 인구 증가로 유언대용신탁이 치매 이후를 대비하는 필수 금융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치매머니가 2050년 488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점치고도 있다.
유언대용신탁 잔액이 급증한 데는 가입 문턱이 낮아진 이유도 한몫했다. 은행들은 최소 5000만원을 가입 기준으로 뒀다가 지난해 이를 1000만원까지 낮췄다. 가입 연령도 40대까지 하향 조정했다.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미리 노후 설계를 하려는 수요를 반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6년 전만해도 고액 자산가들만 문의했던 상품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일반 지점 창구에서도 유언대용신탁 가입이 몇 건씩 발생하고 있다"면서 "60대 이상 고령에서 중장년층 문의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언대용신탁은 2010년 하나은행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시장을 선점한 만큼 운용 규모도 가장 크다. 지난해 8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치매안심 금융센터'를 신설해 치매 전·후 금융 관리나 유언대용신탁 등의 컨설팅을 돕고 있다.
후발주자인 다른 은행들은 차별화 상품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반려동물의 부양 특약도 가능한 상품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을 통해 운용 현황을 조회하고 요양시설 입소 연계 서비스를 선보였다.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비중을 키우는 차원에서도 유언대용신탁이 힘을 받고 있다. 4대 은행 합산 비이자이익은 2024년 3조6495억원에서 지난해 4조4021억원으로 20.6%(7526억원)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증가 이유로는 신탁 수수료가 꼽힌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큰 돈을 한 번에 맡길 수 있는 시니어 고객들은 은행 입장에선 핵심 고객층"이라면서 "유언대용신탁 외에도 시니어 관련 신탁 상품을 출시해 수수료이익도 확보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꿀팁!
40대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가입하면 장기적인 상속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을 꼽는다. 최근 상속재산과 관련해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데 건강할 때 일찌감치 가입해 두면 재산 승계 고민을 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가입은 영업점이나 PB센터 등에서 자유롭게 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 증액이나 감액도 가능하다. 40대의 경우 자산 증식이 한창인 연령대이긴 하지만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 등으로 지출도 많은 시기라 유연한 운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자금은 정기예금이나 ETF, 펀드 등 투자 성향에 따라 맡기면 된다. 다른 상속 계획이 생겼다면 언제든 해지도 가능하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상품에 따라 달라진다. 예금에만 넣어뒀다면 발생하지 않거나 0.2% 정도이며, ETF나 펀드 등을 선택했다면 수수료는 이보다 더 발생할 수 있다.
상품 가입 시에는 가입 수수료인 △기본보수가 발생한다. 상품 운용에 따른 △운용보수는 매년 발생하며 규모는 상품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마다 일정 비율이나 일정 금액을 부과한다. 고객 사망 후에는 상속 집행 과정에서의 일회성 수수료인 △집행보수 0.1%~1%도 있다.
























